시위대, 박만 이사 차 펑크내고 50분간 억류
자격상실 신태섭 前이사는 참석하려다 불발
유 이사장 “위협적 상황서 회의 진행 어려워”
일부PD “외부 정치세력 끌어들이나” 비판
KBS 이사회가 23일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을 반대하는 시위와 신태섭 전 이사의 자격 상실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파행을 겪었다.
특히 이날 시위대는 박만 이사를 KBS 신관 앞에서 사실상 50여 분간 억류해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이들 시위대는 이사회가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으며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이 집회에 참석해 “이사회를 시민들이 막아냈다. 감사드린다. 촛불이 KBS 장악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PD들의 또 다른 모임인 ‘KBS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양승동 회장이 ‘시민단체와 재야세력들의 연대기구 결성을 제안한다’고 말해 외부 정치세력을 KBS 내로 끌어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이사회 파행=이날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권고안’을 의결한다는 ‘괴소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언론노조와 KBS PD협회 등은 이사회 봉쇄에 나섰다. KBS에서는 “23일 이사회부터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11명의 이사 중 10명이 참가한 이사회는 최근 KBS 본관 앞 시위 참가자들이 국가주요시설보호법상 시위가 금지된 KBS 영내까지 들어온 문제 등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결정한 신 전 이사의 자격 상실을 둘러싼 논란으로 안건을 논의하지 못했다.
KBS 본관 3층의 이사회장 밖에선 KBS PD협회 등에 소속된 40여 명이 “KBS 결사항전 방송장악 막아내자” 등을 외치며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정 사장에게 이들의 해산을 요구했으나 KBS 관계자가 구두로 해산을 종용한 것 외에는 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유재천 이사장은 “해임 권고안은 원래 논의 계획이 없었다”며 “박 이사가 시위대에 포위돼 참석하지 못하고 회의장 밖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위협적 상황에서 정상적 진행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사들은 오후 6시 25분경 이사회가 끝난 뒤 KBS 경비원의 호위 아래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갔다.
신 전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KBS 정문 앞에서 KBS 직원의 제지를 받고 돌아갔다. KBS공정방송노동조합은 성명을 내 “KBS 이사회 사무국도 신 전 이사의 이사 자격 상실을 행정 처리한 상태에서 신 전 이사가 일부 단체 및 KBS 사내 임의단체들과 연대해 이사회 참석을 시도하는 것은 법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박만 이사 ‘사실상 억류’돼=박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KBS 신관으로 들어오던 중 다음 ‘아고라’ 회원 등 시위대 200여 명에게 둘러싸였다. 박 이사를 신 전 이사 대신 새로 선임된 강성철 이사(부산대 교수)로 잘못 본 이들은 차를 두들기고 일부는 차 아래에 드러눕거나 네 바퀴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50여 분 뒤 박 이사가 차에서 내리자 “이사회에 참가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 박 이사는 택시를 타고 되돌아갔다.
박 이사는 KBS에 경비 요청을 해 10여 명의 경비원이 나왔지만 시위대를 통제하지 못했고 경찰도 주변 경비를 위주로 대처했다. 박 이사는 “경찰이 시위대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억류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시위=민주당 민주노동당 언론노조 한국방송인총연합회 등이 결성한 ‘방송장악과 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은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 수순, 이사회 개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 중 100여 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KBS 본관을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를 벌였다. 이들은 밤늦게까지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한편 오후 3시경에는 보수단체인 KBS공영방송회복촉진범국민연대 회원 50여 명이 본관 앞에서 ‘KBS 정연주 즉각 해임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