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이었지만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3일 잠실 우리전을 앞두고 전날 패전 멍에를 썼던 LG 봉중근은 적잖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8.2이닝 4실점을 마크한 그는 3회 이택근에게 3점포를 얻어맞는 등 최근 6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패전 멍에를 썼다.
“어제 말고 그 전에 언제 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한 동안 최고 컨디션을 자랑했던 봉중근은 “직구 스피드도 나오지 않았고 볼이 별로 좋지 않았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세타자 연속 안타를 맞는 등 내가 잘못 던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상대 선발이 ‘에이스’ 장원삼이라 승리는 욕심 내지 않고 6이닝 무실점을 목표로 삼았다고 뒤늦게 털어놓기도 했다. “3회 3점 홈런을 맞고 내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투수코치님께 내가 끝까지 던지겠다고 우겼다”고 덧붙이면서….
‘강적’을 만나 큰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6이닝 무실점 다짐도 깨지고 결국은 패전 멍에까지 썼으니 그로선 무척이나 아쉬울 수밖에.
그런데 묘한 건 상대 선발이었던 장원삼도 똑같은 마음가짐이었다는 점. ‘봉중근이 상대가 장원삼이라 6이닝 무실점만 하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장원삼은 놀란 표정으로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강적 봉중근이니 6이닝 무실점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는 말이었다.
둘의 마음이 이처럼 똑같았지만 장원삼은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땄고, 봉중근은 반대로 패전 멍에를 썼다. ‘이심전심’의 마음이었지만 승부의 세계는 둘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그것도 냉정하게.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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