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달간 쉬면서 깨친 건
첫째도 둘째도 인내였다”
“그 사건 이후로 인터뷰를 거의 안 해요. 그리고 말수도 줄었어요.”
인터뷰를 하기 전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인천의 공격수 방승환(25)에게 지난해는 천국과 지옥을 한꺼번에 경험한 한 해였다.
지난해 5월 23일 프로축구 K리그 포항전에서 그는 역대 최단시간인 11초 만에 골을 넣으며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10월 3일 전남과의 FA컵 4강전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경고 누적으로 심판의 퇴장 명령을 받은 그는 유니폼을 벗으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로 인해 그는 축구선수로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1년간의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협회의 징계 완화로 9개월 뒤인 지난달 28일 그라운드에 복귀한 그에게 그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묻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실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는 축구선수는 백수에 불과했다. 그는 할일이 없었다. 처음 1개월 동안 그는 구단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당시에는 억울하기도 하고 운동도 하기 싫었어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어요.”
100여 명이 찾던 그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는 사건 이후 수천 명의 방문자가 찾아왔다. 수많은 욕설과 비난이 남겨졌고 격려의 말도 있었다.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축구가 너무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직업으로만 생각했지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든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그라운드를 떠났던 9개월간 잃은 것이 많다. 하지만 그는 ‘참을성’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예전에는 2경기에 한 번씩 경고를 먹을 정도로 거친 플레이도 하고 심판에게 항의도 했어요. 하지만 복귀 뒤 한 번도 경고를 받지 않았어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예요.”
그는 20일 전남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전남 홈팬들이 ‘오늘도 벗는다’며 그를 겨냥한 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 번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열심히 뛰다 보면 언젠가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우선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열심히 뛰겠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월드컵에서도 뛰고 싶어요.”
‘팬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장외룡 감독이 그에게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팬은 선수보다 중요해요. 팀의 우승보다 팬들이 얼마만큼 경기장을 찾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들이 있기에 저도 있는 것이죠.”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