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들 첫 한국 의료관광
“미국에서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그런데 직접 와서 체험해 보니 비용도 저렴하고 의료수준도 높은 것 같다.”
24일 의료관광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29명의 미국인은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훌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한국관광공사 등이 의료산업화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 탄생시킨 첫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에서 피부진료를 받았다. 다음 달 4일까지 임진각 판문점 등을 관광한 후 출국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국내 체류 기간에 의료와 관광비용으로 1인당 700만∼1000만 원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검진 피부관리 인기=참가자들은 “한국의 의료서비스 수준은 높은 편”이라면서도 “싱가포르나 태국처럼 체계적인 ‘상품’으로 개발되지 못한 것이 단점”이라고 답했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한국을 찾은 로버트 캔슨(54) 씨는 “복잡한 시술을 받을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통역 인력을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29명의 참가자 중 18명이 인하대병원에서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았다. 당초 10명만 신청했지만 직접 병원의 시설과 의료진을 접한 후 8명이 즉석에서 추가 신청을 했다.
교포 2세인 크리스티 서(27·여)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아봤다”며 “미국에 비해 가격이 싸고 한곳에서 모든 검사가 이뤄져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피부진료 서비스는 건강검진보다 더 많은 20명이 신청했다.
크리스털 필링과 산소피부관리를 받은 드니스 스나이더(49·여) 씨는 “시설, 서비스, 장비측면에서 흡족했다”며 “태국으로 수차례 의료관광을 갔었는데 이제 한국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부회장인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은 “일본의 경우 피부 관련 시술비용이 한국보다 20∼30% 비싸기 때문에 의료상품만 잘 개발하면 대규모 외국인 환자 유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수준 높다”=동아일보가 이들 중 18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9%(16명)는 실제로 체험해 보니 ‘훌륭하다(excellent)’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11%(2명)는 ‘좋다(good)’고 답했다.
응답자의 83%(15명)은 ‘미국에 돌아간 후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적극 추천하겠다’고 답했고 나머지 17%(3명)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응답자 전원은 ‘의료시술을 받기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의료법 개정 필수=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는 2012년까지 10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진료수입 3700억 원, 관광수입 2700억 원을 포함해 1500여 명의 고용이 창출됨으로써 총 93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의료법 제27조 3항에는 환자의 소개와 알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가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에 ‘단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외국인 환자에 한해 유인과 알선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로 규정하며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할 경우 공공의료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모든 의료정책을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왜곡하면 의료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며 “의료서비스를 유망산업 분야로 육성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