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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897년 美작가 런던 골드러시 합류

입력 | 2008-07-25 02:59:00


“나는 아무도 나를 원치 않던 그때와 개인적으로 똑같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은 왜 그들이 지금은 나를 원하느냐 하는 겁니다. (중략) 당신이 지금 나를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 말하자면 사회적인 인정과 돈 때문입니까?”

굶주림을 참으며 쓴 소설들이 대박을 터뜨려 돈방석에 앉은 노동자 출신의 작가 마틴 에덴. 가난하고 거칠지만 번뜩이는 지성과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그를 사랑하고도 계급의 벽을 넘지 못해 떠났던 상류층 여성 루스가 다시 사랑을 갈구하자 에덴은 이렇게 거절한다.

다음 날 에덴은 타히티행 여객선 특실을 예약한다. 배가 적도 무풍지대에 들어선 날 밤, 에덴은 선실 창문으로 빠져나와 다시 떠오를 수 없는 깊은 바다 밑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의 자전적 작품 ‘마틴 에덴’의 끝부분이다.

런던은 187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친아버지는 떠돌이 점성가였고, 어머니는 추종자였다. 14세 때 학교를 그만두고 통조림 공장에서 일했고, 15세 때 양식장에서 굴을 훔쳐 팔았으며, 17세 때 물개잡이 배를 타고 일본, 한국 등지를 여행했다.

미국에 돌아가 독학으로 20세 때 버클리대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글을 써서 돈을 벌기로 결심하고 중퇴했다.

하지만 뜻대로 안돼 낙담하던 차에 캐나다 유콘 주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897년 7월 25일 런던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북쪽으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그곳에서 괴혈병에 걸려 앞니 4개를 잃었지만 대신 소설의 신천지를 발견했다.

이때 경험을 살린 모험소설들로 그는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7세 때 썰매끌이 개를 주인공으로 한 ‘황야의 부름’으로 인기 작가가 됐다. 자신의 팬이던 상류층 여성과 결혼도 했다.

노다지를 캐던 시절 그는 자본론 등을 읽으며 사회주의자가 됐다. 1906년 쓴 ‘강철 군화’는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격찬한 사회주의 소설. 하지만 다른 많은 소설에서는 사회주의 이상과 거리가 먼 ‘약육강식’을 강조했고 남성 우월주의, 개인주의를 드러냈다.

런던은 더 인정받고 싶어 했으며, 돈을 벌려고 쉴 새 없이 글을 썼다. 모순적인 작품세계와 삶으로 ‘매문(賣文) 작가’라는 비난과 극찬을 동시에 받던 그는 30대 중반부터 농장에서 칩거하기 시작했다. 40세에 숨졌을 때 그의 침대 옆에는 빈 모르핀 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리처드 오코너는 런던의 전기에서 “그의 삶 자체, 그리고 그가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자신에 관한 전설이야말로 런던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썼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