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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론스타 계약파기땐 책임론 부담

입력 | 2008-07-26 03:01:00


■ ‘외환은 매각’ 심사 개시

영국계 은행 HSBC가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로부터 사들인 대주주 지분계약의 승인심사를 금융위원회가 시작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9, 10월경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1심 소송 결과가 나오고 금융위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간주해 이를 승인할 경우 외환은행의 주인은 HSBC로 바뀐다.

○ ‘매각지연 손실’ 국제소송도 우려

HSBC가 론스타로부터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걸 승인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심사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 12월 17일. 그러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판결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까지 심사 자체를 보류해왔다.

그러던 금융당국이 HSBC와 론스타의 계약이 끝나는 7월 31일을 앞두고 태도를 바꾼 이유는 ‘한국 정부의 반외국자본 정서’를 이유 삼으며 이들이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가뜩이나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주식 등을 팔고 떠나는 요즘 이런 일이 벌어지면 금융당국은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져야 한다.

또 양측의 계약이 깨지면 론스타는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시장에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론스타 측이 매각승인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유무죄 관계없이 인수 가능성 높아

금융위는 9, 10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위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이 “유무죄에 관계없이 법적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유죄가 선고돼도 ‘론스타가 헐값매각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분명해지면 승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오히려 론스타와 HSBC 쪽에 있다. 이미 론스타는 이사회에서 2개월 정도 계약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HSBC도 조만간 계약연장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측이 계약한 지난해 9월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이달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현재 주가는 1만3350원. HSBC가 외환은행 인수계약 발표 때 밝힌 주당 1만8045원의 인수 가격보다 26%(4695원)나 떨어진 것.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이어지고 있다. HSBC로서는 가격을 깎고 싶어질 만한 상황이다. 값을 놓고 양측이 재협상을 벌이다 난항에 부닥치고, 론스타의 투자자들이 빠른 자금회수를 요구하는 상황이 되면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