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스티븐 미슨 지음·김명주 옮김/512쪽·2만8000원·뿌리와이파리
인류 최초의 언어에도 단어와 문법이 있었을까.
영국의 고고학자인 저자는 고고학, 진화학, 뇌 과학, 언어학, 민속음악학을 동원해 인류 최초의 언어는 음악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대 사회에 노래와 춤이 어울린 종교 제의가 일반화됐음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진화학에서 음악은 언어의 부산물로 치부해 왔다.
저자는 처음부터 언어처럼 몸짓, 단어, 리듬이 분절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따라서 선사 인류가 ‘자연선택’(자연계에서 생활 조건에 적응하는 생물만 생존한다는 개념)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음 선택한 의사소통 도구는 이런 요소가 뭉친 음악일 수밖에 없다. 그는 ‘Hmmmmm’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제시한다.
네안데르탈인(35만 년 전)은 복잡한 석기를 사용했지만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 대신 개별 단위로 쪼개지지 않는 전일적(全一的) 메시지로 타인의 감정 상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를 위해 소리와 몸을 동시에 사용하는 다중적(multi-modal), 멜로디와 리듬을 사용하는 음악적(musical), 제스처와 음성을 흉내 내는 미메시스적(mimetic) 소통 방식을 발전시켰다. ‘Hmmmmm’은 이 특징들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합친 것.
진화론의 선구자 찰스 다윈도 처음부터 복잡한 언어가 존재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종의 기원’ 이후 발표한 ‘인간의 유래’(한길사·전 2권)에서 원시 언어가 음악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음악적 소리’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로 쓰였을 것이라 봤다.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에 따르면 음악도 언어처럼 뇌의 연산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세계적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비틴의 ‘뇌의 왈츠’(마티)를 함께 읽을 만하다. 이 책은 음악을 인간의 뇌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알마)도 음악과 뇌의 관계를 추적했다. 신경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음악으로 치유받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언어적 종일 뿐 아니라 음악적 종”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들은 음악을 언어 진화 과정의 부산물로 봐서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유명한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소소)에서 음악은 언어 진화의 부산물이고 귀를 즐겁게 해주는 ‘청각의 치즈케이크’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복잡한 연산 과정을 수행하도록 진화한 기계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
언어의 기원, 진화와 관련해서는 영장류의 사회생활인 ‘털 고르기’가 ‘음성의 교환’으로 바뀌었다는 학설도 있다. 미국 텍사스대 데이비드 버스 교수가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생존, 양육, 사회적 삶의 문제를 다룬 ‘마음의 기원’(나노미디어)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언어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고 침팬지가 서로 털을 골라주는 행위에서 이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