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김곰치 지음/392쪽·1만2000원·산지니
“기독교의 양면을 다 살피려 든다면 끝도 없을뿐더러 무력한 이야기밖에 되지 않죠. 일부러 기독교 관련 서적은 읽지 않은 채 제 나름의 해석을 담아 써냈습니다.”
소설가 김곰치(본명 김경태·사진) 씨가 ‘엄마와 함께 칼국수’ 이후 9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빛’(산지니)을 펴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남자 조경태와 교회에 다니는 여자 정연경이 서로 호감을 가지다 종교 문제로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줄거리 자체는 ‘만남-교제-헤어짐’으로 단순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기독교 교리에 대한 비판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그는 “소설 속 많은 내용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15년 전부터 쉼 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생각해 온 주제지만 이번 작품은 난산이었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남녀는 서로의 견해 차이 때문에 일상적이고 사소한 문제들로 다투다가 헤어진다. 여자는 오래 걷게 한다거나, 팝콘을 들고 서 있게 한다는 이유로 남자를 비난한다. 종교에 대한 우월주의와 고집스러움에 차 있으면서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여자에 대한 남자의 분노는 여자가 믿는 기독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사랑을 잃게 된 것이 기독교 때문이라고 돌리는 극한 분노는 ‘소설적인 충격 요법’이며 일부러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마태’ ‘마가’ 등 사대복음서를 읽으면서 ‘문학적 감동’을 느꼈다는 그는 성경을 인간적인 시각에서 해체 분석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아니라 기본적 욕구에 충실한 인간으로 읽히고, 살인자였던 사도 바울은 ‘죄성과 속죄’라는 어리석은 기독교 교리를 만든 장본인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연애담을 배경으로 민감할 수 있는 종교 문제를 건드린 데 대해 그는 “정 안 되면 성형 수술하고 이름도 바꾸고 활동할 각오까지 돼 있지만 (웃음) 젊은 작가가 사심 없이 쓴 작품으로 봐줄 만큼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