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랜디 포시 교수와 그의 아내 제이, 그리고 아이들. 포시 교수는 47세의 나이로 25일 숨을 거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마지막 강의'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랜디 포시(47)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가 25일 끝내 숨졌다.
췌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그는 선고보다 다섯 달을 더 산 뒤 버지니아 체사피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제이와 어린 세 자녀 딜런(6), 로건(3), 클로에(2)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카네기멜론대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 '디자인'을 강의하던 그가 암 선고를 받은 뒤인 지난해 9월 대학에서 했던 고별 강의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오른 뒤 입소문을 타며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누리꾼들이 그의 강의를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하면서 동영상을 본 이용자 수만 해도 1000만명을 넘어섰다.
마지막 강의에 대한 공감이 전 세계로 퍼지자 미국의 인기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를 초대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타임지는 지난해 그를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미국 ABC 방송은 지난해 '올해의 인물' 3명 중 1명으로 포시 교수를 꼽았다.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으로 올해 4월 출간된 책은 현재 인터넷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으며 국내에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 주제는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그는 시종일관 유쾌한 태도로 "내가 평생 해온 일은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 벽은 깨라고 있는 것'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매일 내일을 두려워하며 살지 말라.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등의 당부로 강연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포시 교수는 자신의 강연 내용이 유명해지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의는 거기 모인 사람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면서 "무엇보다 나의 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그가 살아있는 동안 다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상징적인 병 속에 담아 그 병이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소망했다"는 것.
강연에서 포시 교수가 어릴 적 꿈을 이야기하면서 '무중력 상태 경험하기' '백과사전에 글 싣기'등은 모두 이뤘지만 프로 미식축구 선수가 되는 건 못해봤다고 아쉬움을 표현하자 피츠버그의 한 미식축구 팀은 그가 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영화 '스타 트렉' 감독은 포시 교수가 '스타 트렉'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말을 듣고 새 시리즈에 카메오로 출연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마지막 강의' 감동의 파장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 ABC 방송은 지난 4월 그의 투병과 가족 이야기, 그가 성취하지 못한 어릴 적 꿈 등 주제로 한 특집물을 황금시간대에 내보내기도 했다.
포시 교수는 당시 방송에서 "나는 비록 암에 걸렸지만 그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면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포시 교수의 부인 제이는 남편이 숨을 거둔 후 "그동안 사랑과 기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수백만 명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 제 남편은 세상의 부모들이 자식과의 관계 등 가장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포시 교수의 책을 펴낸 하이페리온 출판사가 만든 홈페이지(www.thelastlecture.com)에 가면 그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