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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임상오]서울이 뉴욕처럼 매력적인 도시 되려면…

입력 | 2008-07-28 03:01:00


20세기가 국가 간 경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도시 간 경쟁의 시대다. 국가 간 경쟁의 시대에는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꽃피게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도시가 문화적인 매력을 갖지 않는 한 기업의 투자는 물론이고 창조적인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성공한 도시를 관찰하면 도시만의 고유한 매력을 잘 간직하면서도 관용성과 개방성의 문화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부상하는 창조도시는 지역의 잠재능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문화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둔다.

창조경제 시대를 본격적으로 주도하는 도시는 아시아에서 서울 도쿄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상하이 등인데 창조성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서울의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전략 역시 도시 간 경쟁의 산물이다.

‘글로벌 톱10 도시’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서울 컬처노믹스’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기 도시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좋든 싫든,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는 창조도시의 대가 찰스 랜드리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창조도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시민의 열린 마음과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데 있다. 도시가 가진 최대의 자원은 토지도, 자본도, 단순 노동도 아니라 시민이 가진 지성과 재능과 열망과 동기와 창조성이다. 지역 부존자원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야말로 창조도시의 출발이다.

도시의 창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창조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를 위한 창조공간을 마련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외국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낡은 공장 같은 유휴 시설의 창조적인 활용은 예술적 창조성을 공간적으로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창조적인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 역시 창조도시의 필수요건이다. 창조적인 인력은 지역을 선택할 때 자신의 생활양식에 부합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들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흥미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를 선호한다. 특히 다양성과 관용성과 개방성을 가진 도시를 환영한다.

뉴욕은 문예예술로 끌어들인 관광객이 1년에 4600만 명에 이르며 연 212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이렇듯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시민이 삶의 현장 곳곳에서 ‘생활의 예술화’를 통해 자신의 주변 지역을 바꾸는 데 동참할 때만 가능하다. 문화란 예술가와 문화산업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의 삶의 현장과 함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컬처노믹스의 성장 과실이 도시 전체로 파급될 것이다.

임상오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