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26일 일본 도쿄 도라무 시어터에서 첫 공연을 했다. 일본 공연기획사 ‘도호’는 이 뮤지컬을 수입해 8월 17일까지 공연한다. 사진 제공 엠뮤지컬컴퍼니
日수출 창작뮤지컬 도쿄 소극장서 초연… 250석 가득 메워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고들빼기….”
26일 오후 1시 도쿄 소극장 ‘도라무 시어터’. 극중 배우 고마다 하지메(44)가 김치 이름을 줄줄 읊는다.
이 자리는 일본으로 처음 수출된 한국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의 초연 무대. ‘형’이 일본어 ‘아니키’로 바뀌었을 뿐 줄거리 대사 노래 등장인물의 이름이 모두 한국의 원작 그대로다. 무대 중앙 태극무늬 식탁보 주변에 사괘가 그려진 천을 얹은 의자 4개를 놓아 태극기 모양을 만들고 소품으로 하이트 맥주와 전통악기 소고를 사용했다.
극중 동욱이 요리 연기를 하며 맨 앞 관객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비벼대자 그의 머리 모양이 헝클어졌다. 그러자 옆 사람에게 닿을까봐 손과 무릎을 곱게 모으고 보던 일본 관객들에게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또 다른 관객에게 냄새나는 양말을 집어 던지고 탈취제를 뿌리자 웃음이 이어진다.
일본 공연에서는 관객이 줄을 잡아당겨 천장에 걸린 물뿌리개에서 비가 내리게 하고, 비도 무대 전면이 아니라 뒤에서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부분 수정했다.
일본판 ‘사비타’를 연출한 나카시마 아쓰히코 씨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 관객들이 한국 관객들처럼 열정적으로 박수치고 환호하는 공연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50석 규모의 ‘도라무 시어터’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극중 동욱의 생일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중년 관객 우에노 아케미(45·도쿄) 씨는 “일본에서는 공연 주제로 잘 다루지 않는, 잊고 있었던 ‘가족’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도쿄=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