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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Air]“익사장면 더 실감나게” 수영장에 6번 들락날락

입력 | 2008-07-29 03:00:00

20일 오후 ‘전설의 고향-오구 도령’ 세트장에서 분장팀장 엄정영 씨가 귀신 분장을 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감독님, 죄송한데요, 조끼가 바뀌었는데요.”

20일 오후 8시 ‘전설의 고향-오구 도령’(KBS2·8월 21일 방송)편 촬영이 한창인 경기 수원시 KBS드라마센터. 의상팀의 다급한 목소리에 촬영장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이곳은 ‘전설의 고향’을 리메이크하는 현장. ‘오구 도령’편은 한을 품고 죽어 다른 사람들을 물귀신으로 만들려는 원귀들과 이를 막는 채옥(이영은)과 무사 기주(재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날 소동은 채옥이 아버지 익선(김학철)에게 민심이 흉흉한 까닭을 묻는 장면에서 은색 조끼를 입었어야 할 익선이 다른 장면에서 입었던 옥색 조끼를 입은 데서 빚어졌다. 30여 분 촬영한 부분을 다시 찍어야 한다.

“지금까지 리허설이었습니다.”

‘오구 도령’을 연출하는 이정섭 PD가 촬영장 분위기를 달랜다.

“컷! 크로마(배경을 지우기 위해 촬영할 때 사용하는 푸른색 뒤판) 빼!” 담당이 없자 이 PD가 팔을 걷어붙이고 판을 나른다.

“(백치 귀신인) 천복이 (멍청해 보이도록) 씹을 것 좀 구해와!”

이언정 FD가 “이 시간에 어디서?”라고 말하더니 금세 말린 오징어를 구해온다. 하지만 자꾸 NG가 나는 바람에 촬영은 2시간 넘게 지연됐다.

세트 옆 분장실, 천복(최승경) 옆에 서자 지린내가 난다.

“화상(火傷) 분장을 할 때 쓰는 라텍스 성분에 암모니아가 있거든요.”

최승경의 얼굴을 붉고 푸르게 칠하던 경력 12년의 분장팀장 엄정영(37) 씨의 말이다. ‘오구 도령’ 속 귀신들은 온역(장티푸스)에 걸린 뒤 불길에 휩싸였다가 다시 물에 빠져 죽어 귀신이 되는 설정이다. 이 때문에 귀신들이 화상을 입거나 익사한 모습을 분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귀신들이 거의 낮에 30∼40명씩 나와요.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술은 빨갛고 피부는 창백한 옛 ‘전설의 고향’의 분장과는 달라요. 무섭다기보다는 슬프죠. 컴퓨터 그래픽도 많이 쓰고 실리콘 같은 분장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귀신을 귀신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는 분장의 기본은 그대롭니다.”

밤 12시 반,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이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영장에 도착했다. 수심은 5m. 안전요원 4명이 스쿠버다이버 복장을 하고 대기하고 있다.

귀신 중 하나인 막석 역을 맡은 배우 정은표가 실감나게 죽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벌써 6번째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정은표는 칼싸움 장면을 촬영하다가 가슴 부분에 부상을 당한 상태여서 스태프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촬영은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계속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