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김민정(35) 씨는 2002년부터 사회복지단체 굿네이버스의 ‘피학대아동 후원사업’에 매달 5000원을 기부해 오고 있다.
여기에 2006년부터 ‘북한 어린이 지원사업’에도 1만 원씩 추가로 기부를 해온 김 씨는 최근 기부를 중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김 씨는 “요즘 물가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올라 막내 아이 기저귀 값조차 부담스럽다”며 “기부액이 큰돈은 아니지만 ‘그 돈으로 과일 몇 개라도 더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후원을 중단해야 하나 망설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김 씨는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안 먹으면 힘든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지?”라고 묻는 여덟 살 난 큰아들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김 씨는 “엄마가 적은 돈이나마 남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을 보며 후원을 차마 중단할 수 없었다”며 “서민들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는 꼭 필요한 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후원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유가, 물가상승 등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일반 시민들의 손길이 더 잦아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내 주요 사회복지단체들의 상반기 모금액은 1230억여 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모인 1067억여 원에 비해 15%가량 증가한 액수.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1년에 네 번 이상 기부하는 정기 기부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0여 명이 증가한 25만8822명을 기록했다.
이 단체의 사회공헌협력팀 박흥철 팀장은 “올해 상반기 모금액 중 62%가 개인 후원, 38%가 기업 후원을 통해 모금됐고 1인당 평균 후원액은 1만3126원으로 집계됐다”며 “통상적으로 연중에는 개인 기부가, 연말에는 기업 기부가 많은데 상반기 총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개인 기부자가 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인 후원자의 증가는 예상 밖의 일. 통상 사회복지단체 정기 후원자가 매년 3∼5%씩 자연 감소하는 데다 최근의 경기 침체로 후원자가 많이 줄어들어 상반기 모금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1000∼2만 원을 후원하는 소액 후원자가 많이 늘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기아대책의 경우 소액 후원자는 지난해 14만여 명에서 올해 17만여 명으로 20%가량 증가했다.
김은희 기아대책 경영전략본부장은 “후원이 줄어들까봐 염려했지만 오히려 소액 후원자들이 꾸준히 증가했다”며 “소액 개인 기부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기부 문화가 이제 사회적으로 확산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후원을 중단하는 분들도 30%가량 늘었지만 그보다 새로 후원을 시작하는 분이 더 많아 전체 후원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단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소액 후원자가 매년 10% 정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은 5월 발생한 중국 쓰촨 성 대지진을 위한 특별 모금에 일반인의 소액 기부가 많았던 것도 소액 후원자 증가의 사례로 꼽는다.
UNICEF 박동은 사무총장 역시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이제 한국도 후원과 나눔이 일상화되는 성숙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