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은 유한한데 욕망은 무한하다. 세상사 번뇌와 마찰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이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 정치권력이 생겨났고, 사회 구성원 저마다의 욕구를 나름의 원칙에 따라 통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칼자루를 쥔 권력자는 언제나 비판받는 숙명을 피할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으로 눈길을 돌리면 김경문 감독이 꼭 그 입장이다. 누구를 뽑아도 선택받지 못한 선수와 구단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3가지 불안한 시선
김 감독이 조각한 대표팀 인선을 두고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불안요소는 크게 3줄기로 압축된다. 첫째 선발투수의 경우 좌완편중 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예상 선발 4인 중 김광현(SK) 류현진(한화) 봉중근(LG)이 좌완이다. 유일하게 송승준(롯데)이 우완인데 이를 두고 야구계 현장의 한 인사는 “송승준을 미국전에 쓸 것이란 예상이 들리는데 대만전에 대비해서도 변화구를 잘 던지는 우투수가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점에서 컨트롤과 변화구가 돋보이는 우완인 KIA 윤석민, 롯데 손민한이 대안일 수 있지만 김 감독은 발탁하지 않았다. 특히 윤석민은 병역미필 상태여서 동기 부여가 잘 돼 있음에도 탈락됐다.
또 하나 걱정거리는 선발 4인방이 공교롭게도 최종낙점 이후 동반 구위저하 경향을 노출하는 현실이다. 봉중근과 류현진은 27일 패전을 당했고, 김광현은 등판순서조차 뒤로 밀렸다. 송승준도 7월 롯데 하락세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이다. 일각에선 “차라리 지금 페이스가 떨어지는 게 나을 수 있다. 올림픽 때 오름세로 반전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올림픽에선 달라질 것”이란 낙관론을 펴지만 이와 반대로 윤석민은 7월 4연승의 위력을 떨치고 있어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병역미필의 젊은 투수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 마운드를 리드할 포수진의 안정감이 의구심을 낳고 있다. 베테랑 진갑용(삼성)에 젊은 피 강민호(롯데)로 짜여졌는데 박경완(SK)이 없어도 괜찮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경험 많은 진갑용을 강민호가 받치는 구도가 될 것이다. 출전 동기를 보고 박경완 대신 강민호를 택한 것 아니겠는가”라는 반론도 있다.
○김경문 감독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김 감독이 어지간해선 멤버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요약하면 “김 감독은 최고의 선수를 택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줄 선수를 골랐다”라는 맥락이다. 또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김 감독의 지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서도 팀의 세대교체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데 여기서도 특유의 ‘묻지마 뚝심’이 자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김 감독의 이런 성향을 알기에 대표팀 구성의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도 ‘지금은 비판보다는 지켜볼 때’라는 암묵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우려와 기대 의 속에 오직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는 김 감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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