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최인호 지음/440쪽·120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상도’ 등 베스트 셀러 작가 최인호가 7080 성장소설 ‘머저리 클럽’을 30여년 만에 재출간했다.
1970년대 초반 까까머리 6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머저리 클럽이란 이름을 내세우며 온갖 장난질을 일삼는다. 제과점 빵을 실컷 먹고는 값도 내지 않고 달아나거나, 메밀국수를 배터지게 먹고 도망가다가 붙잡혀 혼이 나는 등 악동들의 일탈은 귀엽기까지 하다.
머저리 클럽이 배경으로 한 시대는 1970년대 초반으로 당시 새마을 운동으로 사회 전체가 근대화의 열병을 앓고 있던 때다. 하지만 작가는 그 같이 엄격한 시절이라고 해도 낭만과 멋스러움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배우 안성기는 “고교 시절의 일기장을 꺼내보는 기분”이라며 이 책의 추천사를 적었다.
◇망고 스트리트/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옮김/208쪽·9500원·돋을새음
‘허름한 집은 안된다. 뒷골목에 있는 공동 주택도 안 된다. 남자들을 위한 집도 안되고 아빠의 집도 안된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집. 언제나 눈처럼 조용한 집(본문 중에서)’
이 책은 빈민가의 볼품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히스피닉계 소녀 에스페란자가 ‘진짜 나만의 집’을 찾아 떠나는 9년 간의 여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멕시코인 아버지와 치카나(멕시코 미국 여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시카고와 멕시코시티를 옮겨 다니며 고달픈 생활을 했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비평가들은 소수민족의 이주 현실을 반영하는 이민자 문학으로, 여성의 왜곡된 성역할과 현실을 드러내는 여성문학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문학으로 평가 내린다. 미국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렸다. 1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베드 타임 아이스/야마다 에이미 지음·양억관 옮김/112쪽·9000원·민음사
일본 연애 소설의 여왕 야마다 에이미의 1985년 데뷔작 ‘베드 타임 아이스’가 출간됐다. 출간하자마자 분게이[문예] 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작품.
클럽 재즈 가수인 일본 여성 킴과 미군 기지에서 탈영한 흑인 병사 스푼의 대담하고도 솔직한 사랑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 낸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일본 문단에 충격을 선사하는 동시에 대중의 사랑을 얻어내 지금까지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소설의 그의 남편을 모델로 쓰여졌다는 것. 습작 기간 요코하마 미군 기지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뉴욕 출신의 더글러스 클레이그와 동거를 했는데 그가 지금 그의 남편이다. “한 남자를 사랑하면 단편 소설 한 권은 쓸 수 있다”는 야마다 에이미의 말처럼 책 장을 열면 생생한 날 것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