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미국 쇠고기 왜곡보도를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6월 23일 “PD수첩이 미국 쇠고기에 대해 왜곡 과장된 보도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으므로 보도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수사를 의뢰한 지 37일 만에 나온 발표다. 그동안 MBC는 검찰의 출두 요청과 자료 제출 요구를 “언론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계속 거부해 왔다. 검찰의 수사는 이런 한계 속에서 진행됐지만 문제가 된 PD수첩 프로그램이 국민을 교묘하게 속였음을 상당한 정도로 밝혀냈다.
검찰은 PD수첩의 보도가 특정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의도를 갖고 제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23군데에 걸쳐 사실과 다른 왜곡(歪曲)과 의도적인 편집이 발견돼 PD수첩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도 보냈다. 검찰의 지적대로라면 프로그램 전체가 고의적인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검찰은 모두 59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로 단정적으로 몰아간 점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오역한 것 말고도 다른 많은 왜곡들을 지적했다. 동물학대의 실태를 고발하고 다우너 소들을 식용으로 유통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자료도 그중 하나다. PD수첩은 이 자료를 소개하면서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이란 부분을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로 번역했다.
미국에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은 사망 원인을 놓고 위 절제수술 후유증, 인간광우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뇌 산소 부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PD수첩은 빈슨이 사망 3개월 전 위 절제수술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는 등 인간광우병 이외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버지니아 보건당국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당국자가 “지금 어떤 답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 말을 “지금 (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릴 게 없네요”로 바꿔 자막 처리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다우너 소-아레사 빈슨-광우병 3자의 연관성을 믿게 함으로써 ‘미국 소는 광우병 의심 소’로 몰아가려 한 것이다.
검찰은 PD수첩 내용 중 상당 부분을 미국 현지 언론보도와 자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번역가나 전문가들을 통해 재구성해냈다. 그렇다면 MBC는 수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검찰, 눈치 보지 말고 수사속도 높이길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만큼 밝힐 것은 당당하게 밝히는 게 공영방송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변명에 불과한 ‘해명 방송’이나 하고 있을 때는 지났다. ‘국민을 속인 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아야 한다.
검찰도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검찰이 MBC 눈치를 보느라 형식적인 자료 요청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료 분석을 통한 수사만으로는 왜곡보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수사는 언론의 ‘취재원 보호’ 원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번 보도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엄연히 있는 만큼 검찰은 가해자인 MBC 관계자를 불러 직접 조사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