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시교육감을 뽑는 날이다. 교육감 선거가 간선제에서 주민 직선제로 바뀌고 서울에서 처음 실시되는 선거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결정은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큰 영향을 주는 데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정국 이후 보수와 진보 후보가 대결하는 양상을 보인 선거여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이나 교원단체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정치판 뺨치는 상호비방과 폭로전이 잇따라 벌써부터 선거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명의 후보 중 현직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와 진보성향의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가 승부를 다투면서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를 흠집 내려는 주장들이 더 많아 유권자의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공 후보는 학력신장, 학교선택권 확대, 공교육 내실화, 교원평가제 도입 등을 내걸고 ‘경쟁력 있는 교육’을 약속했다. 그러나 주 후보가 수강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준 점, ‘6·25는 통일전쟁일 수 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아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전교조 교육감에게 아이를 맡길 것이냐며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 후보는 초등학력평가 우열반 폐지, 고교선택권 확대 백지화 등 기존의 교육정책들을 반대하면서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 심판’으로 규정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 평가, 강남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공문 등을 부각시키며 공 후보의 부자들을 위한 교육정책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교총은 사실상 공 후보를,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주 후보를 지지하는 등 보수와 진보단체들이 성향에 따라 편을 달리하는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과연 교육감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 잠복했던 갈등과 반목의 불씨가 선거를 통해 분출되면서 극명하게 편이 갈리고 서로 헐뜯는 바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새 교육감은 선거로 얼룩진 교육현장을 추스르지 않으면 자신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던 백년대계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좋다는 것은 모두 끌어다 공약을 만들었겠지만 이제는 실행 가능성을 냉철히 따져 보고 상대 후보의 지적도 받아들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공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 정책의 안정성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력신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싼 학원에도 아이를 보낼 형편이 못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선거과정에서 전교조를 비판했지만 교육감이 함께 일을 해야 할 교육현장의 일원인 만큼 원칙은 지키되 적대감을 가져선 안 된다.
반대로 주 후보가 당선된다면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공약은 기존 정책과 상충되는 것이 많아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교육위원회 위원 15명 중 13명이 보수성향이고,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 106명 중 100명이 한나라당이어서 교육감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어떤 교육감이 나올 것인지는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오늘 휴가를 떠나는 분들이 있다면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한 표 행사하고 떠나면 더 즐겁지 않을까요.
이인철 교육생활부장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