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손 줄여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1월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2조 원)를 들여 인수한 의무전환 우선주를 보통주로 조기 전환했다.
KIC는 29일 메릴린치와 재협상을 통해 의무전환 우선주를 25일 종가(27.5달러) 기준으로 보통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KIC는 당초 2010년 10월 15일까지 2년 9개월간 연 9% 배당을 받은 뒤에 주당 52.4달러에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하고 올해 1월 메릴린치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이후 메릴린치 주가가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하면서 평가 손실액(배당수입 포함)이 7억8500만 달러에 이르자 보통주 조기 전환에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KIC는 보통주 조기 전환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액을 털어내고, 메릴린치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배당금 지급 부담을 덜고 8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새로 조달하는 자구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당초 예정된 전환 기준가(52.4달러)보다 낮은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면서 KIC가 보유한 메릴린치 보통주는 당초 예상했던 3726만∼3817만 주에서 7224만3217주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메릴린치 지분의 4.5∼5%에 해당한다. KIC가 싱가포르의 테마섹(10% 이상 보유 추정)에 이어 쿠웨이트투자청과 함께 메릴린치의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하지만 KIC는 보통주 조기 전환으로 연 9%의 안정적인 배당은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주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돼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