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저 하늘 더욱 새로워”
《사랑하는 가족들께
사랑의 관심과 기도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잠시 작별인사 드립니다.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은 만남의 시작…
사막을 걷다 보면 오아시스도 만날 희망이 있겠지요?
민들레 솜털 같은 희망을 온 누리에 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안. 녕. 히!
2008.7.28 -병원에서-》
맑고 투명한 시(詩)를 노래해온 이해인(63·사진) 수녀가 최근 암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의 팬 카페 ‘민들레의 영토’에 삶의 소중함과 투병 의지를 다지는 ‘감사 인사’라는 글을 올렸다.
이해인 수녀는 1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뒤 최근 퇴원해 앞으로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요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페에 올린 글에서 “갑자기 깊은 병 판정을 받고 서울로 올라와 입원 수술하는 동안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2주 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보는 저 하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을 하직하는 영원한 작별인사는 아니지만 당분간은 (어쩌면 더 길게) 오직 병과 동반해야 하므로 제가 여러분을 글로만 만나고 직접 뵙지 못하더라도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퇴원 뒤 심경을 밝혔다.
이해인 수녀는 카페 회원들에게 투병 의지를 다지는 글도 함께 남겼다.
“더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재충전을 위한 ‘흰 구름 민들레수녀’의 조금 긴 잠수기간이라 여기시고 기도 중에 기억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도 노력할 테니. ‘우울 모드’ 아닌 ‘명랑 모드’로 우리 다 함께 일치합시다.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는 말도 다시 기억하면서 순간순간을 충실히 삽시다.”
카페에는 이해인 수녀의 글에 7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ID ‘봄길크리스티나’는 “하느님의 쉬라는 엄명이라 여기시고 편한 마음으로 치료하십시오. 고운 글로 꽃을 주셨듯 이젠 저희들의 기도가 수녀님께 꽃이 되게 할게요”라고, ID ‘호박꽃’은 “7월의 가장 슬픈 소식은 수녀님의 편찮으심, 가장 기뻤던 소식은 퇴원”이라고 했다. ID ‘아름드리 나무’는 자신을 불자라고 밝히면서 “절에서 수녀님의 완쾌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쾌유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라고 했다. ID ‘산책’은 “빗줄기 걷히고 하얀 햇살이 다가오듯 지금의 아픔을 딛고 미소 짓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는 올해 서원 40주년을 맞았으며 3월에 8번째 시집 ‘작은 기쁨’을 출간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