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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후진타오 따오기’

입력 | 2008-07-31 02:55:00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한정동의 시(詩)에 윤극영이 곡을 붙인 동요 ‘따오기’의 처음 두 소절이다.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는 1979년 이후 한반도에서 관찰된 적이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희귀조다. 이 귀한 새를 곧 보게 될 것 같다. 5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약속한 대로 한국에 기증하기 때문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멸종위기 적색 리스트에 오른 따오기는 중국도 국조(國鳥) 수준으로 귀하게 여긴다.

▷한국에 오는 따오기는 경남 창녕 우포늪에 둥지를 틀게 된다. 경남도는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 당사국 총회(10월 28일∼11월 4일) 이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따오기가 살게 될 ‘복원센터’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귀한 손님의 건강을 위해 우포늪과 주변을 청정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우포늪에 있던 농가 6가구를 이전시켰고 배후지역 농민들과는 저농약 무농약농업 확대 방안을 협의 중이다. 경남도는 그래도 안심이 안 돼 중국 측에 “전문가 2명을 한국에 파견해 당분간 따오기를 돌봐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따오기를 공수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부터 복잡하다. 2배수의 따오기를 골라 검역을 하되 질병이 발견되면 다른 새를 선정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한 차례 검역에 21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수송할 때도 사육사와 조류 전문가가 반드시 옆에서 따오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중국의 조건 때문에 전용 수송기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따오기의 편안한 여행을 책임질 특수상자는 중국의 전문가들이 제작한다.

▷중국의 따오기 선물은 이미 일본에서 결실을 보았다. 일본은 1999년 장쩌민 국가주석이 선물한 따오기 한 쌍을 100여 마리로 늘려 올가을 자연방사까지 시도할 예정이다. 우포늪에 ‘따오기 학교’를 만든 환경운동가 이인식 씨는 우포늪의 여건이 중국과 일본의 따오기 번식지에 못지않다고 평가한다. 후진타오 따오기를 잘 키워 우리도 10년 뒤 대가족으로 불어난 세계적 희귀조를 실컷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