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자동차를 갖고 여행을 떠나기가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한 번 다녀오면 기름 값만으로 지갑이 얇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때는 KTX로 여행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훨씬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테마까지 곁들여 진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된다. 코레일이 마련한 ‘KTX로 떠나는 남도답사1번지’는 여기에 딱 맞는 여행 상품이다. 전라남도 유적지와 명승지를 답사하면서 남도문화와 멋을 맛볼 수 있어서다. 8월 22일부터 판매되는 이 여행 상품을 미리 체험했다.
○ 우수영국민관광지
오전 7시20분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3시간 10여분을 달려 목포역에 도착. 조선시대 전라우수영이 위치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 우수영국민관광지를 찾았다. 이 곳은 임진왜란의 3대 전승지 중 하나인 명량대첩의 격전지다. 충무공이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배를 격파한 역사적인 장소다. 진도와 해남을 잇는 수로 명량해협을 보고 있노라면 센 물살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새삼 감탄스럽게 느껴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반대로 등을 돌리면 명량대첩비가 웅장하게 서있다.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런 모습이 보이는데 마치 ‘그 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광화문에서 늘 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는 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진도 운림산방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를 스승으로 모신 남도 문인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37년 간 머물며 그림을 그린 곳이다.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 증손자 허문까지 4대가 대를 이어 그림을 그렸다. 운림산방 내 위치한 소치기념관에는 이들의 작품이 전시돼 남종화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예술적인 재능은 유전적인 요소가 크다는데 그림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다. 운림산방 인근에 위치한 향토예술회관에서는 진도 아리랑을 배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데 우리 가락이 이처럼 착착 귀에 감겼는지 새삼 깨달았다. 기분이 좋으면 덩실덩실 가락에 맞춰 춤을 춰도 좋다. 토요 민속공연 관람도 진도 문화 체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해남 땅끝마을
한반도 육지의 남쪽 끄트머리면서 해양과 대륙 문화의 시작을 동시에 상징하는 땅끝 마을에 발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은 압도적인 느낌이다. 탁 트인 전망 속에 상쾌함을 느끼고 나면 또 다른 감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땅끝 마을 중 땅끝인 땅끝 기념비가 세워진 곳으로의 산책이다. 내려가는 계단이 많아 산책치고는 다소 힘들 수도 있지만 진정한 땅끝을 밟았다는 성취감에 가슴은 뿌듯하다.
○ 백련사&다산초당
강진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유배생활 중 10여년을 보낸 곳이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집필했다. 전시된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땀을 흘리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는지 가늠할 수 있다. 정약용이 ‘정석(丁石)’이라는 글자를 직접 새긴 정석바위, 차를 끓이는데 약수로 사용한 약천, 차를 끓인 반석인 다조, 연못 가운데 조그만 산처럼 쌓아놓은 연지석가산 등 다산사경을 즐길 수 있다. 정약용이 시름을 달래던 장소에 세워진 천일각이라는 정자도 볼 수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르는 길은 수백 년도 더 된 동백나무와 야생차 나무가 3000여 평의 부지에 빼곡히 자라고 있다. 정약용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우정을 되새기면서 걷다보면 어느덧 남도와 하나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진도·해남·강진=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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