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아트 모레노의 LA 에인절스 매입으로 메이저리그는 사상 첫 히스패닉계 구단주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1947년 흑인 첫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의 출현에 버금가는 사건이었다.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난 멕시코계 4세 모레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종전 후 마케팅을 전공한 뒤 옥외 광고 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이후 마이너리그 야구단을 구매했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분을 투자하다 월트 디즈니사가 에인절스를 매물로 내놓자 1억 8000만 달러를 투자해 빅리그 구단주의 꿈을 이뤘다.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의 관광 시너지 효과와 계열사 스포츠케이블 ESPN의 콘텐츠 다변화를 노리고 1997년 진 오트리로부터 1억 4700만 달러에 에인절스를 사들였다. 이어 1억 달러를 투자해 엔젤스타디움을 전면 보수했고, 에디슨 인터내셔널필드 오브 애너하임으로 구장 네이밍 라이츠를 판매했다. 구단 로고와 유니폼, 상품에도 디즈니사의 디자인이 들어갔다.
이어 2002년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에인절스의 디즈니랜드와 ESPN 기여도는 기대치 이하였다. 2003년까지 누적적자만 1억 달러에 달했다.
이 타이밍에 엔젤 투자자처럼 등장한 모레노는 무엇을 보고 베팅을 감행했을까? 무엇보다도 미국 내 히스패닉계 증가세가 뚜렷했다. 2002년 시점에서 전체 인구의 13%를 점해 흑인 다음의 마이너리티로 자리 잡았다. 빅리그는 추세가 더 강해서 28%의 선수가 히스패닉계이고 오마 미나야 같은 단장이나 아지 기옌 같은 감독도 다수 배출됐다.
특히 에인절스는 미국 제2의 도시인 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에 연고를 두고 있고, 이곳 히스패닉계 인구는 280만에 달한다.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은 모레노는 1차적으로 홈구장 티켓과 구장 내 음식료 가격을 인하해 히스패닉계를 유인했다.
이어 팀명을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으로 변경했다. 원래 이 팀은 1961년 창단 당시 LA 에인절스로 출발했지만 1965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로 바꿨고,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애너하임 에인절스로 또 바꿨다. 그런데 모레노가 LA와 애너하임을 병기하고, LA를 앞세우자 2017년까지 구장 리스 계약을 약속했던 애너하임 시는 결사반대했다. 결국 소송까지 간 끝에 모레노는 승리했다. 그리고 ESPN 매거진 조사에서 에인절스의 연고지는 빅리그 전체 1위의 노다지로 평가받아 모레노의 시장 확장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기사]몬트리올→워싱턴…연고지 이전후 구단가치 274증가
[관련기사]양키스와 뉴욕시의 ‘윈윈 공조’
[관련기사]수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 ‘PS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