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창동에서 상암동까지 출퇴근 하는 회사원 조모(40)씨는 기름 값이 크게 오르자 2달 전부터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왔다.
"회사를 오가는 데 쓰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계부를 쓰는 아내는 "이상하게 교통비가 더 든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아내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그럴 리가 없다"고 얘기했다.
"버스 한번 타는데 교통카드로 할인 받으면 900원 밖에 안 하는데, 어떻게 차 몰고 다니는 것 보다 돈이 더 나올 수 있느냐"고 되물었지만 아내는 "분명히 당신이 교통비를 더 쓰고 있다"고 맞섰다.
'뭐가 잘못 됐을까?'
곰곰이 생각해본 조씨는 그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가까운 거리는 자가용이 더 싸다!"
조씨의 출퇴근 거리는 왕복 10㎞가 채 되지 않았다. 편도 약 5㎞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4, 5정거장 거리였다.
교통비는, 출근할 때 900원, 퇴근할 때 900원, 하루 1800원씩 지출했다.
한편 조씨의 1500cc 디젤엔진을 장착한 승용차는 공인 연비가 16.9㎞/L. 디젤 값이 올랐다고는 하나 900원이면 약 8㎞를 주행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길이 막힐 때는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 때도 있으나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조씨는 늘 900원어치의 연료로 5㎞ 이상씩은 주행해 왔던 것.
조씨는 "대중교통이 무조건 싸다는 편견은 사라졌지만, 거리가 가까운 만큼 환경을 생각해 앞으로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에쿠스 타느니 걷는 게…
그렇다면 어떤 차종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버스나 지하철 이용요금보다 연료비가 적게 들까.
시중에 판매중인 차량 중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현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의 엔진 형식별 차량 93종의 공인연비와 이달 30일 기준 유류비를 계산해 버스나 지하철 기본요금인 900원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종합해봤다.
그 결과 현대차의 베르나 1.5 디젤과 기아차의 프라이드 1.5 디젤의 주행거리가 각각 8.3㎞와 8㎞로 가장 멀리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정도면 지하철 8정거장 정도의 거리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성내역까지 거리보다 조금 더 멀다.
한편 900원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가장 짧은 차량은 현대차의 에쿠스로 배기량별로 주행 가능 거리가 3.2~3.8㎞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한 정거장의 거리를 1㎞로 봤을 때 에쿠스 운전자는 주행 거리가 지하철 4정거장 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손해를 보기 시작하는 셈이다.
2000cc급 차량 중에서는 가장 판매량이 많은 현대차 쏘나타2.0의 '900원 주행거리'가 5.5㎞, 르노삼성의 SM5가 5.22㎞, GM대우 토스카는 5.1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의 900원 주행거리는 GM대우 마티즈와 기아차의 모닝 모두 7.8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는 연료를 적게 소모하고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 최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차는 커 보이는데 생각보다 기름값이 적게 드는 차종도 있었다.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세라토, GM대우 라세티 디젤과 기아차의 카렌스 LPI 모델은 900원 어치의 연료로 7~7.8㎞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는 공인연비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도로 사정에 따라 실제 주행거리는 이보다 다소 적게, 또는 다소 크게 나올 수도 있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의 여건에 맞는 적절한 절약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경제생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