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정작 20년이 지난 빛바랜 양복을 입고, 작은 오피스텔에 살면서도 대학에 100억 원을 넘게 기부한 전직 사업가가 있다.
이 기부왕(王)은 여든의 나이를 눈앞에 둔 정석규(79·사진)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그는 1일 오전 11시 반 서울대 행정관에서 이장무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양학술정보관 Ⅲ호관’ 건립 기부금 약정식을 갖는다.
1987년 첫 기부 이후 지금까지 108억 원을 기부한 정 이사장이 이번에 30억 원을 추가로 쾌척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짓는 신양학술정보관 Ⅲ호관은 2004년 신양학술정보관과 2006년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 이어 그가 서울대에 기부한 세 번째 시설.
정 이사장은 중견기업인 태성고무화학의 창업주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다가 2001년 회사를 매각하고, 현재는 장학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신양 공학학술상을 비롯해 학술연구기금, 학술정보관 건립기금, 장학금 등 서울대의 각종 사업에 자신의 돈을 아끼지 않았다.
1952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정 이사장은 최근 후두암과 위암을 앓아 의사소통마저 힘든 상황에서도 매일같이 서울대 안에 있는 재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