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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허진석]검찰-감사원이 수차례 불러도 꿈쩍 않는 ‘그’

입력 | 2008-08-01 03:04:00


정연주 KBS 사장이 31일 감사원의 네 번째 출석 요구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부터 구두와 공문으로 출석을 요구해 왔다.

정 사장이 끝까지 출석을 거부하자 감사원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대상 기관장이 감사원의 ‘문답서’ 작성을 위한 출석을 거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현장 감사에서 알아낸 사안의 정확한 배경과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행위자 개인을 감사원으로 불러 육성으로 직접 질문하며 문답서를 작성해 왔다. 심지어 부총리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고위직 인사도 감사원의 출석 요구에 응해 왔다.

그러나 정 사장 측은 “미리 보낸 ‘답변서’를 보고 추가 질문이 있으면 불러 달라”며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답변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해당 부서장의 입장을 듣는 것이고 문답서는 특정 행위를 한 개인에게 행위의 배경과 이유를 캐묻는 것이어서 두 가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감사원법 27조와 50조, 51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관계자에게 출석 답변을 요구할 수 있고, 감사를 거부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용되는 공공기관이다. 감사원이 KBS를 감사하는 이유는 KBS의 경영상황을 들여다보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 사장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 사장은 최근 검찰 소환도 5차례나 거부했다.

정 사장이 2002년 출간한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는 책에는 ‘서상목 미스터리’라는 글이 있다. 1999년 4월 16일 한겨레신문에 실었던 글을 다시 옮겨 실은 것으로 당시 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을 본 느낌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의 요지는 ‘권력과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추상같이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하는 법을 피해서는 안 되고, 우리 사회도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력자에 대한 법 집행이 엄정하지 못함을 그렇게 질타했던 정 사장이 정작 자신에 대해선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허진석 정치부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