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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접투자 28년만에 순유출

입력 | 2008-08-01 03:04:00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순투자액이 1980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첫 마이너스 수치를 보였다. 외국인이 투자를 회수한 금액이 새로 투자한 금액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외국인들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국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한 FDI의 순유입액(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것)이 ―8억8610만 달러로 나타났다.

반기 기준으로 FDI 순유입액이 마이너스를 보인 시기는 이전까지는 1980년 하반기(―6300만 달러)가 유일했다.

올해 상반기 FDI가 순유출을 보인 이유는 지난해 10월 필립스의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의 지분 매각 결정과 지난해 12월 외국계 사모펀드인 코리아CE홀딩스의 하이마트 지분 매각 결정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매각 대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FDI 유출액의 대부분인 30억 달러 정도가 LG필립스LCD와 하이마트 지분 매각 대금”이라며 “외국인의 인수합병(M&A) 투자 자본이 지분 매각을 통해 청산되면서 일시적으로 유출액이 증가한 것이며 외국인의 집단이탈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가 이달 초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45억46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3억6800만 달러)보다 35% 늘었다. 지경부는 신고액을 기준으로 FDI를 집계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실제 들고난 자금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한은 통계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의 외국인 이탈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자산 운용 차원의 외국인 주식투자(지분 10% 미만)는 221억4040만 달러 순유출을 보였다. 1990년 이후 순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유출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직접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세계 경기가 2, 3년간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FDI 순유출이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질적인 투자 유치 전략을 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의 거점을 마련하는 외국 기업이나 연구개발(R&D) 투자기업을 선별적으로 유치하는 거점형, R&D형 FDI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