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31일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한 7가지 사항에서 주요 부분에 해당하는 2건은 정정하고 1건에 대해 반론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정보도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은 당연한 귀결이며 법원도 검찰과 같은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PD수첩 보도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를 하도록 직권 중재한 언론중재위원회의 5월 결정도 상당부분 재확인됐다.》
정정보도‘다우너소=광우병’ 보도는 허위
‘한국인 유전자 취약’ 근거 없어
반론보도 ‘SRM 수입 다양한 기준’ 밝혀야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위험 소로 보도 정정해야”=재판부는 PD수첩이 주저앉은 소가 도축 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이들 소가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부분은 허위이므로 정정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이유로 광우병 외에 대사장애, 골절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에서 매년 600여 마리의 주저앉은 소가 생기지만 그 중 광우병 소는 나온 적이 없으며 미국에서도 1997년 이후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 소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PD수첩이 지난달 15일 후속방송에서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잘못 말했다며 사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광우병이 소가 주저앉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을 고수해 보도가 충분히 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광우병 걸릴 확률 94% 보도 정정해야”=재판부는 한국인 중 광우병에 취약한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94%이므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도 94%라고 보도한 PD수첩에 대해 정정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으므로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을 인간광우병 발병 비율과 동일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지난달 15일 방송 말미에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전하고자 했던 취지는 한국인이 다른 나라보다 인간광우병의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MM형 유전자의 보유 비율을 근거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사실을 충분히 정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30개월 미만 소 특정위험물질 수입 반론보도해야”=재판부는 PD수첩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7곳 중 편도 등 2가지를 뺀 5가지가 그대로 수입된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허위는 아니지만 농식품부의 반론을 보도하라고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월령 30개월 이상 소는 뇌, 눈 등 7가지 부위가 SRM으로 분류되지만 30개월 미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 등 2가지만 해당되므로 나머지 부위는 수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소의 SRM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양하고 PD수첩도 우리 정부의 종전 분류 기준에 따라 보도했으므로 허위는 아니다”며 “다만 분류기준을 밝히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으므로 농식품부의 반론도 함께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관해 재판부는 “인간광우병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PD수첩의 보도가 허위이지만 두 차례의 후속방송을 통해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해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