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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곤충은 살인사건 해결하는 ‘CSI 반장’

입력 | 2008-08-02 02:56:00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마르크 베네케 지음·김희상 옮김/432쪽·1만5000원·알마

미국 수사드라마 ‘CSI’에 나오는 과학수사 기법은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또한 현대의 전유물도 아니다. 범죄수사에 곤충학을 처음 접목시켰던 것은 13세기 중국. 낫에 몰려드는 검정 파리를 보고 논두렁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았던 게 최초의 기록이다.

곤충의 용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체에 기생하는 곤충 한 마리로 구체적인 사망 장소와 시간까지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곤충들을 ‘시신들의 변호사’라 칭한다.

이 책의 저자는 ‘CSI 라스베이거스’의 길 그리섬 반장처럼 곤충학을 전공한 법의학자 마르크 베네케다. 오랜 수사경험을 통해 쌓아온 풍부한 사례를 토대로 법의곤충학부터 유전자감식 등에 대해 개론부터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시신을 파먹는 곤충들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아 준다. 대표적인 예가 구더기다. 저자에 따르면 구더기는 상처를 치유하는 데 놀라운 능력이 있다. 부패한 조직 속에 살기 때문에 구더기가 더러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공중위생이 질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가르친 주입식 교육 탓이라는 것. 검정파리, 치즈파리, 딱정벌레 등 시체 기생 곤충들은 자연의 순환과정을 돕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없으면 생명의 순환과정 또한 멈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책 곳곳에 삽입된 시체와 각종 곤충 사진이 달리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제 막 수사물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부터 제2의 ‘길 그리섬’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법의학 입문서가 될 만하다.

전문가로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과학수사 드라마 시리즈를 어떻게 봤는지도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