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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꿈결처럼 황홀한 100분 정열과 사랑이 춤추다

입력 | 2008-08-02 02:56:00


동아일보 창간 88주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30돌

ABT ‘돈키호테’ 공연 첫날

폭소… 탄성… “브라보” 객석과 무대 하나로

스크린 막 너머로 돈키호테와 산초판자가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 스크린 막이 걷히고 스페인 세비야 한 동네의 시끌벅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플라멩코 의상을 닮은 주름치마를 입은 발레리나들, 투우사 복장의 발레리노들의 손뼉에 맞춰 관객도 발을 구른다. 흥겨운 음악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인다.

12년 만에 내한한 세계 정상의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발레 ‘돈키호테’가 1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본보 창간 88주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기념공연으로 3일까지 계속되는 ‘돈키호테’는 ABT의 대표작 중 하나.

시작부터 달아오른 흥겨운 분위기는 100여 분 공연 시간 내내 계속됐다. 1막에서 주인공인 키트리 역의 발레리나 팔로마 헤레라와 이발사 바실리오 역의 호세 마누엘 카레뇨가 선보이는, 묘기를 부리는 듯한 포즈의 파드되(2인무)에 환호성이 터졌다.

2막에서도 탄성이 계속됐다. 집시들의 열정적인 춤, 은발 요정의 사랑스러운 춤에 관객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돈키호테’는 희극 발레의 대표작답게 관객들에게서 수없이 웃음을 끌어냈다. 산초판자가 우스꽝스러운 나팔 소리를 낼 때, 돈키호테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키트리를 보고 질투가 난 바실리오가 돈키호테를 흉볼 때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두 번의 인터미션(공연 막 간의 휴식시간)마다 관객들은 로비에서 ‘돈키호테’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무용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돈키호테’는 난도 높은 기술의 발레인 만큼 실수가 나게 마련인데, 작은 실수가 있을라치면 순식간에 가닥을 잡고 균형을 이어가는 능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은 “케빈 매켄지 ABT 예술감독이 관객을 배려해 기존 구성의 복잡함을 덜어내고 화려한 춤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볼거리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돈키호테’ 러시아 버전은 격식을 갖춘 분위기인 데 반해 ABT는 개성을 살린 자유로운 분위기의 무대였다”면서 “스타 군단답게 회전, 점프 등을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끈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2006년 ‘돈키호테’ 무대에 키트리로 섰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씨는 “팔로마 헤레라는 진정한 ABT의 발레리나”라면서 “화려한 기교와 기술, 다이내믹함 등 그녀가 보여준 모든 것은 그 자체로 ABT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막의 그랑 파드되(남녀 주역무용수의 2인무)에서 관객들은 숨죽였다. 하늘을 나는 듯 뛰어오르는 바실리오, 부채를 들고 32회 푸에테(회전)를 하는 키트리의 모습에 관객들은 황홀한 표정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무용수들에게 화답했다. 곳곳에서 “브라보!”를 외쳤다. “너무나 즐겁고 유쾌한 무대”라고 입을 모으면서 관객들은 오래도록 객석을 떠나지 않았다. 2일은 오후 3시 8시, 3일 오후 4시에 공연된다. 4만∼20만 원. 02-399-1114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