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머니를 소설 '축제'를 통해 보냈다고 말했으나 우리는 그리 못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내기가 억울하고 비통하기 때문입니다."
2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민득영 한양대 명예교수는 조사를 읽는 동안 북 받치는 울음으로 몇 번이나 말이 끊어졌다.
지난 달 31일 타계한 작가 이청준 씨의 영결식이 부인 남경자씨와 딸 은지 씨 등 유가족과 소설가 김원일, 윤흥길, 임철우, 시인 정현종, 김광규, 이근배, 평론가 김윤식, 백낙청, 김치수, 우찬제, 영화감독 임권택, 이창동, 정민 한양대 교수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영결식은 추모 영상 상영, 묵념, 영결사, 약력보고, 조사 등의 순서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병익 장례위원장는 영결사에서 "고인의 인품이 고매했고, 작가로서 최고였으며, 남도 땅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세계인이었고, 옛것을 지키고 사랑하며 오늘의 새로움을 알아내는 장인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과 중고교 동기동창이었던 민 명예교수가 조사에서 "우리가 쪼께 있다가 어머니 옆으로 보내 줄 테니 두 모자 함께 꽃 섬 보고 잔잔히 퍼지는 물결보고 눈도 보고 새도 보고 하시오… 형을 보내려 어설프게 이리 모였는데 곱게 그냥 픽 웃어주시요잉…"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시인 김광규 한양대 교수는 '문우 이청준 영전에'라는 조시에서 '겨울날 연탄난로 가에서/자네가 읽어주던 '퇴원'의 초고에/귀 기울였던 청년들이 오늘은/늙은 조객으로 모였네… 자네는 세상을 담은 큰집을 지었군/ 원고지를 한 칸씩 메워 자네의 필적으로/집과 언덕과 산과 강을 만들었군' 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서편제' 의 배우 오정해 씨가 관이 운구 되는 동안 만가(輓歌)를 부르자 참석자의 울음소리가 식장에 가득 찼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2시 고인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노제를 지낸 후 전남 장흥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에서 안장식을 가졌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닷컴 이진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