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예지원씨
4차원, 30대 노처녀, 술….
배우 예지원(35·사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영화 ‘생활의 발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얼렁뚱땅 흥신소’ 등에서 그가 보여준 캐릭터는 하나같이 엉뚱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30대 여성. 이번 영화도 그렇다. 7일 개봉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15세 이상 관람가)에서 그가 맡은 ‘유진’은 주당이면서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겨 사고를 치는 30대 노처녀다.
이런 배역들이 이어지는 것이 고민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걸요. 평범한 역할보다는 독특한 역할이 좋아요.”
‘당신이…’의 유진은 그의 히트작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맡았던 방송국 성우 미자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똑같이 화려하지 않은 30대 싱글 여성이지만 미자가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우울해하는 단계라면 유진은 그 이전 시기예요. 아직 철이 없고 서른이 넘었다는 것도 실감하지 못해요. 항상 당당하고 밝고 명랑하죠.”
극 중 유진은 술을 마시고 직장 상사에게 주정을 부리다가 해고되고, 술김에 10년 지기 친구 철진(탁재훈)과 ‘사고’를 친 뒤, 본격적인 로맨스를 벌이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실제로 술을 마시고 황당한 일을 벌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웃으며 말했다.
“한두 번이겠어요? 아침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데…. 얼마 전엔 홍콩의 클럽에서 술을 마신 후 격렬하게 춤을 추는데 웨이터가 달려온 적도 있어요. 덕분에 분위기가 좋으니까 더 춰달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작품마다 엉뚱한 매력을 보여 ‘4차원’이라 불리는 그는 실제 성격도 만만치 않다. 그는 얼마 전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이 이끈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는 관람 중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춤을 춰 박수를 받기도 했다.
1996년 MBC 마당놀이 ‘황진이’로 데뷔한 그는 2000년 장동건, 정준호 등과 함께 영화 ‘아나키스트’에 출연하며 차세대 미녀배우로 주목받았다.
“저보고 4차원이라고 하는데 독특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뜻 아닐까요?(웃음) 덕분에 매니저가 조금 힘들어하기는 해요.”
그는 “평생 배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할 뿐 ‘스타’가 되겠다는 큰 욕심이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40대에도 나에게 맞는 역할로서 극의 중심에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