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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롤 모델’ 박세리가 쏘아올린 박세리 키즈

입력 | 2008-08-05 02:59:00


한국 토종 신지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은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기량도 발군이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 돋보였다. 신지애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박세리는 아직도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6월 30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도 똑같은 말을 했다. 7월 21일 LPGA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오지영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들 모두 스무 살로 어려서부터 박세리를 보며 박세리처럼 되고 싶어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 키즈(Kids)’다.

이들이 열 살 때이던 1998년. 박세리는 그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연장전에서 양말을 벗고 워터해저드(연못)에 들어가 공을 쳐 내는 투혼으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고통을 겪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의 맨발 투혼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빛나는 롤 모델(role model·역할 모델)이 됐고, 10년 뒤인 오늘 수많은 박세리 키즈를 낳았다.

한 사람의 영웅이 어린이들에게 영감(靈感)을 불어넣고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영웅이 영웅을 낳고, 천재가 천재를 낳는 선순환(善循環)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신지애도 이제는 롤 모델이다. 박인비와 오지영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는 그들을 닮기 위해 어린 선수들이 땀 흘리고 있다. 제2세대 박세리 키즈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골프뿐이겠는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21세기는 지식사회이고, 지식사회에서는 인재가 곧 신(新)성장동력이라는 뜻이다. 특별한 자원(資源)도 없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는 한국이 그렇다. 인재 육성이야말로 생존전략이다.

우리 주위에 따라 해서는 안 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는 많지만 청소년들이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은 드물다. 박세리에서 박세리 키즈로 넘어가는 롤 모델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이 덜 된 탓이다. 앞으로 교육의 목표는 여기에 둬야 한다. 평준화에 매달려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배척하는 이념과 제도로는 세계 정상에 우뚝 설 박세리 키즈를 계속 길러 낼 수 없다. 한국교육은 박세리와 신지애로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