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서 여대생이 죽었다는 거짓말을 인터넷상에 퍼뜨리며 이를 신문광고로 내겠다고 누리꾼들에게서 1900만 원을 모금한 대학생 김모(23) 씨. 경찰에 따르면 그는 모은 돈 가운데 500여만 원을 안마시술소 술집 나이트클럽 등에서 탕진했다. 그는 단과대 학생회장이 되자마자 휴학을 하고 전업(專業) 운동권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때 불심검문하던 50대 경찰관을 때려 6주 치료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컴퓨터에는 북한 주체(主體)사상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파일 160여 건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민들이 굶어죽든 말든 부자(父子)세습 전제(專制)체제의 유지를 위해 세계에 정치 경제적 구걸을 하며 핵무기 협박도 일삼는 것이 주체사상의 현실이건만….
▷김 씨 말고도 ‘웃기는 촛불’은 더 있다. 남자이면서 여자로 닉네임을 위장하고 여성 전용 웹사이트에 들어가 시위 참가를 선동한 30대 중학교 교직원도 있었다. “전경들이 시민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거짓말을 띄운 40대 대학 철학과 강사도 있었다. 이 강사는 “극적인 효과를 위한 허위 작문이 긴급체포까지 될 정도의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런 사람한테서 철학을 배운 학생들이 딱하다.
▷촛불반대시민연대는 순수성이 없는 일부 촛불세력을 ‘촛불좀비(zombie)’라고 이름 붙였다. ‘좀비’는 영화나 대중문화에서 유령을 일컫는 아이콘이다. 악령이 생명을 불어넣어 다시 살아난 유령을 말한다. 이런 좀비에겐 이성도, 죄책감도 없다. 김 씨는 누리꾼들한테서 모금한 돈을 개인 계좌로 불법 이체해 제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혐의가 드러난 뒤에도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다 “잘못이 없다”는 글을 수시로 올리며 경찰을 성토하고 있다.
▷촛불좀비는 이념이 아닌 이성과 인간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1900만 원을 모으자면 수많은 촛불의 주머니를 털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안마시술소에서 편히 쉰 것이다. 평균적인 도덕 수준도 갖추지 못한 좀비들에게 ‘순진한 촛불들’이 속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웃을 속이고 법의식이 마비된 촛불좀비들에겐 누가 항의의 촛불을 들 것인가.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