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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주연울렁증 극복은 가족의 힘”

입력 | 2008-08-05 07:49:00


SBS 드라마 ‘식객’ 오봉주 역할로 주연 타이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탤런트 권오중.

그는 자신이 배우로서 치명적인 ‘주연 울렁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그의 고질병을 처음으로 극복한 작품이 바로 ‘식객’이다.

권오중은 그동안 자신에게 여러 차례 찾아왔던 주연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MBC 사극 ‘다모’. 그는 ‘다모’의 주연을 사양한 대신 드라마에 단 두 장면만 등장하는 왕의 호위 무사역을 골라 주변 사람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권오중은 그 상황에 대해 “만약 내가 주연을 맡았다면 그 드라마가 그렇게 떴을까”라고 장난스럽게 반문했다.

‘식객’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연출자 최종수 감독으로부터 봉주역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했다.

“내가 주연을 맡을 그릇이 아니라고 계속 거절했고, 나중에는 계속 사양하기가 죄송해 매니저가 대신 무릎을 꿇고 고사를 했다.”

하지만 권오중은 이처럼 고질적인 ‘주연 울렁증’을 극복하고 ‘식객’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바로 그의 가족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는 그가 봉주역의 제의를 받고 고민할 때 계속 옆에서 “당신도 드라마 주역으로 잘 할 수 있다”고 계속 격려를 했다고 한다.

권오중은 “어려운 집안에서 성장해 낮은 삶을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줄어 늘 2인자의 모습으로 살아왔다”며 “감독님의 계속된 출연 제의를 받으며 이제는 아들에게 1인자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시간 망설였던 만큼 드라마 ‘식객’을 위한 노력은 대단했다.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자신의 손에 맞는 칼과 도마를 구입해 피나는 연습에 들어갔다. 촬영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의 차에는 늘 칼과 도마가 있다.

극중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역할을 위해 원어민 교사의 발음을 녹음해 틈나는 대로 듣고 외웠다. 또 카리스마 넘치는 조리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며 주방을 견학하고 수개월간 주방 이야기를 다룬 케이블TV 프로그램을 보며 머릿속에 되뇌었다.

권오중은 96년 스물 여섯의 나이에 6살 연상인 아내와 결혼해 11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일찍 결혼해 12년째 단란한 가정을 이룬 그의 가족 사랑은 남다르다. 여배우와 키스신 베드신을 찍지 않겠다는 약속을 15년간이나 지키는가 하면, 한때 희귀병 오진을 받았던 아이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약속도 수년간 지켜오고 있다.

2002년 결성한 ‘천사를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천사모’)을 통해 6년째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하고 있고, ‘희망의 러브하우스’라는 모임에서는 매주 독거노인이나 장애우들의 집을 찾아 직접 도배와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

또 2001년부터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고, 국제 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를 통해 해외 불우 어린이 4명과 결연을 맺고 있다.

심지어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다.

권오중은 “‘천사모’ 활동이 한 달에 두 번이라 주말 2주가 남아서 ‘희망의 러브하우스’에 들어갔다. 몸은 고달프지만 언젠가는 복을 받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우리 아이의 희귀병이 오진으로 판명났을 때와 같은 기쁨말이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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