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표면에 나타난 가파른 절벽(흰 화살표). 수성이 쪼그라들면서 생긴 흔적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NASA]
7월 초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어 불덩이처럼 뜨거운 수성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생명체의 근원인 물이 ‘불덩이 행성’에서 발견됐다니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수성탐사선 ‘메신저’(Messenger)가 보내온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7월 10일자 ‘사이언스’ 논문 11편 가운데 하나의 내용을 인용하다 과장한 내용이다.
올해 1월 메신저가 수성에 200km 거리까지 접근해 지나가면서 탐사선에 장착된 장비로 수성에서 우주공간으로 빠져 나가는 원자의 일부를 포착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규소, 나트륨, 황과 함께 ‘물’이 검출됐다. 사실 수성에서 물은 액체상태가 아니라 고체상태(얼음)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놀랍지 않은가. 수성은 적도 지방의 최고 온도가 400℃가 넘는데 어떻게 얼음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알고 보면 수성의 극 지방에 있는 운석 구덩이 속은 영하 100℃ 아래로 내려간다. 수성에서 항상 햇빛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극 지방의 경우 운석 구덩이 속은 주변 언덕에 의해 햇빛이 차단돼 그늘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얼음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사이언스’ 10일자에 실린 다른 논문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이 더 쪼그라들었다는 분석결과도 실렸다. 그동안 지름이 1.5km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수성의 핵이 점차 식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수성이 이렇게 쪼그라드는 과정은 수성에 자기장이 생기는 원천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수성 질량의 60%를 차지하는 핵은 철이 녹은 상태라고 예상되는데, 수성이 쪼그라들 때 액체 철이 흐르면서 자기장을 만들 것이라는 설명(다이나모이론)이다. 메신저가 측정한 자기장도 다이나모 이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성이 쪼그라들면서 표면에는 여러 가지 흔적을 남겼다. 표면에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고 가파른 절벽이 만들어진 것. 1975년 NASA의 매리너 10호가 수성 표면에서 이들 절벽을 처음 발견했고 이번에 메신저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수성 표면에서 더 많은 균열을 촬영했다. 균열이며, 단층이며, 절벽이며 이 모든 지형이 수성 핵이 식으면서 탄생한 것이다. 수성도 쪼그라드는 아픔만큼 성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