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2만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와 국제방송센터 정문 앞에는 택시 정류장이 하나 있다. 셔틀버스를 놓치거나 올림픽 시설이 아닌 곳을 가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주위를 지나는 택시도 많지 않고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빈 택시도 많다. 그러다 보니 택시를 세워주는 공안까지 등장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더 힘들다. 많은 택시운전사가 경기장이나 선수촌, 미디어빌리지 등 올림픽 시설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 대부분이 영어를 못해 길을 잃으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어로 표기된 지도를 보여줘도 별 소용이 없다.
택시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MPC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의 한국 교포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에만 가도 택시가 줄을 서 있다. 도로 체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베이징은 간선도로 격인 5개의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올림픽 시설 밀집 지역이 이전까지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었던 곳인 데다 통제선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실제 길이 바뀐 곳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4월 베이징에 있는 택시 회사에 유니폼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약 10만 명의 택시운전사가 1일부터 노란 셔츠에 줄무늬 넥타이, 청색 바지를 입고 운전대를 잡고 있다. 중국은 ‘역대 최고의 올림픽’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다. 낡은 택시를 교체하고 옷을 맞춘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깔끔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택시운전사는 길을 아는 게 먼저가 아닐까.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