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육 전 중앙방송 사장이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에 선출됐다.
철저한 후보 검증이나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밀실에서 몇몇 전임 단장의 주도로 결정됐다는 등 선임 과정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어 일부 농구인은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곱지 않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KBL은 어떤 배경 설명도 없이 달랑 한 장짜리 보도 자료를 통해 총재 결정 사실을 알렸을 뿐이었다.
코트 안팎에서도 새 총재에 대한 기대감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가뜩이나 프로농구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더 힘든 시기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쏟아지고 있다.
당장 총재에게는 농구의 인기 하락, 타이틀 스폰서 확보, 방송 중계권 협상,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구단 간의 갈등 해소 등 무거운 현안이 산적해 있다. 최근 이사회에서는 전년도 우승 팀에서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정작 동부는 30억 원을 웃도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드러냈다. 농구 시청률의 급락 속에서 TV 중계권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험난한 외부 환경에 놓인 전 신임 총재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모 구단의 집중적인 지원 속에 총재가 되면서 자칫 특정 팀의 이해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영기 전 KBL 총재는 “총재는 어느 정도 독재도 필요하다. 구단의 눈치에 매이기보다는 사심 없이 농구 발전의 맥락에서 과감히 추진해야 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KBL 내부의 인적 쇄신도 시급하다.
KBL은 경직된 조직 문화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이 하나 둘 떠났다. 오히려 외부 인사들이 이런저런 연줄로 요직을 맡은 뒤 자리보전에만 신경을 쓰다 마케팅, 경기 운영 등에서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총재가 누가 되느냐보다 그 밑에 어떤 사람이 일하게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임 총재의 임기는 3년이다. 짧지 않은 기간에 프로농구의 명운이 달라질 수도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