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기자회견장 뒷벽에 걸려 있는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의 그림이 덧칠되기 전(왼쪽)과 후. 노출돼 있었던 여성의 가슴이 가려져 있다. 사진 출처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기자회견때 벽에 걸려있던 복제 누드화
‘가슴’ 지워 바람둥이 이미지 ‘덧칠’ 논란
이탈리아 총리실이 18세기 베네치아의 거장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가 그린 누드 작품의 복제품에 가슴을 가리는 덮개를 그려 넣었다가 예술 애호가와 학계, 역사학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ABC방송 등이 5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이 그림에 손을 댄 이유는 총리 사무실에 걸린 그림 중앙부에 반나체 여성의 가슴이 기자회견 때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머리 주변에서 노출됐기 때문. 이 작품은 티에폴로의 1743년작인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직접 고른 것이다.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여성의 벗은 가슴이 베를루스코니의 머리 위에 ‘후광처럼’ 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은 뭇 여성들과 스캔들을 일으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과거 전력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총리실은 작품 내 가슴 위에 덮개를 그려 넣었다.
베를루스코니의 대변인 파올로 보나이우티 씨는 “이는 총리의 대외 이미지 담당자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며 “지나친 노출이 일부 시청자의 감성에 부합되지 않을 것을 염려했다”고 해명했다.
전직 문화부 장관인 안토니오 파올루치 바티칸 박물관장은 “이 세상에 어느 누가 티에폴로의 누드 작품을 보면서 감정이 상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어리석은 조치였다”고 비난했다.
인위적으로 가슴이 가려진 그림 속 여성은 ‘진실’을 상징해, 반나체였던 여성에게 옷을 입히는 행위는 진실을 가린 거짓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밀라노 인근 아르코레에 위치한 6만 평 규모의 호화 빌라를 두 배 이상 확장키로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