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구축’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은 안보협력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협력까지 포괄하도록 협력의 범위를 확대 심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포스트 2012’ 기후변화체제 및 저탄소,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군 파병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파병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말씀드린 것은 비군사 지원(non-combat help)”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발언은 미묘한 차이가 난다.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에 파병을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재정적 지원이나 경찰 파견 요청은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당초 10명 안팎의 경찰요원을 아프간 현지 미국 경찰훈련대에 합류시키려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프간 정세 등을 검토해 경찰 파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 문제는 앞으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에서의 한국 측 기여를 희망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아프간에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과 함께 국방부 등 장관급회담이나 실무 차원에서 논의될 공산이 크다.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문서 형태로 구체화하는 ‘한미동맹 미래비전’이 이날 채택되지 않고 다시 미뤄진 것은 양국이 시간을 두고 현안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자유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은 현대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라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