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부모 “인터넷 유포 막아달라” 요청
여행 주선 단체도 조계사 농성단 찾아 항의
경남 마산 창원 지역 초등학생의 ‘조계사 방명록 동영상’ 유포와 관련해 경찰이 전면적인 진상 조사에 나섰다. 본격 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다.
경남지방경찰청은 6일 “2일 ‘인터넷에 방명록 동영상이 유포돼 (학교 쪽이) 피해를 입었다’며 전화 신고를 한 마산 A초등학교 B(61) 교장을 상대로 관할 마산동부경찰서가 7일 피해자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 방명록에는 배낭여행을 했던 초등학생 11명 가운데 6명이 다니는 A초등학교 이름이 나온다.
경찰은 “방명록에 글을 적은 학생들의 의사와 달리 동영상이 유포됐으나 이들의 학부모는 동영상 유포를 막아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 아직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단 주요 포털과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 블로그에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마산동부경찰서의 한 간부는 “동영상 유포로 피해를 본 해당 학부모에 대한 직간접의 조사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향후 수사 등에 대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B 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식 수사 의뢰 여부는 7일 낮 열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뒤 경찰에 나가 의사를 밝힐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조계사 농성단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괜찮다. 비공개이니 방명록에 마음대로 글을 써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배낭여행을 주선한 체험학습단체 대표 C 씨는 이날 동영상 유포에 대해 조계사 농성단을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창덕궁 인근의 숙소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모여 있던 농성장으로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다가가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농성단 관계자는 6일 동영상 관련 학부모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일부 언론의 보도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초등학교 등 마산과 창원 지역 5개 초등학교 3, 4학년 11명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 체험학습단체가 주관한 서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인솔자는 이 단체 대표뿐이었다.
이 중 일부 학생이 촛불집회 수배자 농성장 앞 방명록에 이명박 대통령을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쓰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파문을 일으켰다.
마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