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지만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프로축구 K리그에는 수십 명의 외국인 용병이 뛰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추어 축구리그인 K3리그에도 외국인 용병 2명이 뛰고 있다.
K3리그 부천 FC의 수비수 제리 카카(24·콩고민주공화국)와 공격수 세바스티안 노이만(23·독일).
카카는 콩고에서 유소년과 17세 이하 국가대표 선수로 뛴 실력파 선수이며 노이만도 10대 시절에 독일 바이에른 뮌헨 17세 이하 팀에서 활동했다.
이들이 낯선 한국 땅을 밟은 이유는 다르다. 카카는 고국의 내전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난민 신청 뒤 프랑스를 거쳐 4년 전 한국에 왔다. 노이만은 항공사에 다니는 아버지와 함께 3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각자 다른 일로 왔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축구가 좋은 이들은 외국인 동아리축구에 가입해 매주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아냈다. 우연히 부천 FC와의 친선경기에서 뛰다 김태룡 코치의 눈에 띄면서 K3 무대를 밟았다.
이들은 다시 축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K3리그 규정에는 ‘해외 국적 소지자는 K3리그 팀에 등록해 선수로 참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이들은 선수 명단에는 올라 있지만 정규리그에는 뛰지 못했다. 친선경기에만 뛸 수 있는 ‘객원 멤버’일 뿐이었다. 카카는 2년간 정규리그가 아닌 친선경기 등 15경기에, 노이만은 22경기에 출전했다.
카카는 “축구만 할 수 있다면 귀화라도 하고 싶다. 하루빨리 정식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