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국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개회식뿐이다. 모국의 국기를 들고 맨 앞에 서 있는 선수는 그 국가의 얼굴이다.
독일과 러시아는 각각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인 더크 노비츠키와 안드레이 키렐렌코에게 국기를 맡겼다. 개최국 중국도 NBA 휴스턴에서 활약 중인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29cm)이 기수를 맡았다. 스위스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가 맨 앞에 등장한다.
모두 그 나라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다. 일단 자기 종목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외모도 준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유도 남자 100kg급에 출전하는 장성호(수원시청)가 태극기를 든다. 193cm의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도 돋보이지만 국내 유도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상징성도 고려해 결정했다.
장성호는 “조국을 대표하는 기수로 뽑힌 만큼 멋있게 보이고 싶다. 자주 웃는 등 표정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장성호가 개회식 기수가 되면서 유도는 한국이 참가한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기수를 배출한 종목이 됐다. 유도에서 처음 기수가 나온 대회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왕발’이라는 별명으로 사랑받던 하형주(동아대 교수)가 태극기를 들었다. 당당한 체격에 얼굴 윤곽이 뚜렷해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당시 하형주는 95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성원에 보답했다.
20년 전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무제한급에 출전한 조용철(대한유도회 전무)이 맨 앞에 섰다. 조 전무는 “개막 1주일 전쯤 통보를 받았다. 한국에서 하는 대회라 더 긴장했던 것 같다. 깃발이 흔들리지 않도록 꼿꼿하게 서 있으라는 지시도 있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좀 경직됐던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는 역도 김태현이, 1996년 애틀랜타에서는 미남 배구스타 최천식이 기수로 뽑혔다. 남북한이 공동 입장한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각각 농구 정은순, 배구 구민정이 북한 남자 선수와 함께 공동기수로 활약했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정답: 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