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지에 세금 기부하면 거주지 소득-주민세 경감”
대도시에 사는 지방 출신자들의 애향심을 자극하기 위한 일본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뜨겁다.
올해 4월 고향납세제가 도입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고향납세제란 예컨대 도쿄(東京)에 사는 A 씨가 출신지인 홋카이도(北海道)에 세금을 기부하면 도쿄에서 내야 할 소득세와 주민세의 일부를 깎아주는 제도다.
출신지에 세금을 기부할지는 납세자의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향우회 등을 통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규슈(九州) 남단의 가고시마(鹿兒島) 현은 도쿄와 오사카(大阪)의 출장사무소에 ‘고향납세과’를 설치하고 각각 5명씩 전담인력까지 배치했다.
지자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액 납세자들에게 특산품 등을 답례로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야마구치(山口) 현 하기(萩) 시는 5000엔 상당의 밀감이나 하기찻잔 등을 답례품으로 내걸었다. 하기찻잔은 임진왜란 때 잡혀온 조선 도공들이 처음 만들고 후손들이 발전시켜 온 것으로, 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명품으로 통한다.
하기 시는 1년간 약 1000명으로부터 3만 엔씩 총 3000만 엔을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京都) 부는 고향납세제를 통해 들어온 돈을 문화재 보호에 사용키로 하고 유명 사찰과 관광유치단체 등 50개 단체로 지원조직까지 만들었다.
이들 단체는 평소 공개하지 않는 문화재를 고향세 납부자에게 특별 공개하기로 하는 등 답례용 특전을 검토 중이다.
심지어 국수주의적 감정을 활용하는 지자체마저 있다.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제정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데 앞장서는 시마네(島根) 현은 “다케시마 홍보를 위해 쓰겠다”는 명분 등을 내걸어 납세자의 주머니를 공략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당초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취지는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의 세금이 농촌지역 등으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세수(稅收) 격차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7월까지 광역지자체별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오사카 부가 115건에 710만 엔으로 건수와 금액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변호사 겸 연예인 출신인 하시모토 도루(橋本徹) 오사카 지사가 일명 ‘오사카 유신’이라고 불리는 과감한 재정개혁안을 시행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오사카 전체를 거대한 박물관처럼 꾸미는 구상을 마련해 고향세 납부를 호소해 왔다.
일부 지자체는 고가의 답례품을 내걸었다가 모금 실적이 예상에 크게 못 미치자 싼 답례품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