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CF에 쇠사슬 폭파 등 기괴한 장면 삽입
‘누가 누가 잘 웃기나’라는 것이 최고의 화두인 요즘 광고계.
하지만 코믹이 아닌 ‘파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가 있다. 검고 짙은 눈매를 강조해 짧은 순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여성의 화장법인 ‘스모키 메이크업’처럼 광고에서도 기괴한 영상을 담은 광고가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노트북에 감긴 쇠사슬 폭파 장면(KT 와이브로), 대형 전기드릴을 든 여자(하나 빅팟카드), 검은 눈물을 흘리는 아내(인터넷tv my LGtv), 버튼으로 만든 인조인간 로봇(리바이스), 자동차를 잡아먹는 자동차(기아자동차 포르테).
올 들어 전파를 탄 이 장면들은 모두 ‘코믹’ 일색의 CF에서 생경한 광고장면들이다. 하지만 이들 광고의 강렬한 이미지는 강한 자극을 이끌어낸다. 독특한데다 물론 감각적이다. 이들처럼 개성적인 비주얼에 의한 시각적 쇼크를 강조하는 광고를 ‘그로테스크(grotesque) 광고’라 부른다.
그 동안 그로테스크는 다수를 위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 광고마케팅의 속성상 부담스러운 기법이었다. 하지만 그로테스크 광고는 개성이 중요시되는 트렌드와 맞물려 그야말로 ‘때’를 만났다.
그로테스크 광고는 강렬한 느낌을 전달하고, 차별화된 T&M(tone&manner)으로 광고물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 출시 상품과 본질적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이거나 2∼3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상품의 경우 브랜드 네이밍을 각인시키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연계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로테스크는 강렬하고 낯선 느낌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다.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좋아하지 않거나 다소의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제품 라이프 사이클상 성숙기를 지난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다. 보수적인 소비자를 움직이는 광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획일성보다는 개성이 더 큰 가치를 가지는 만큼 그로테스크 광고는 계속 시도될 전망이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이승희 수석국장은 “차별화해야 하는 시장경쟁, 강한 자극을 원하는 소비자, 개성을 인정받는 시대상황 등이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요즘 광고계에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낯선 이미지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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