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붉은색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다국적 기업 펩시콜라의 상징은 파란색.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마케팅을 위해 붉은색으로 상징 색을 바꿀 정도다. 개막식을 연출하는 장이머우 감독도 “개막식에서 붉은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장 감독의 출세작은 ‘붉은수수밭’이었다.
중국에 오기 전 ‘붉은’ 꿈을 꿨다면? 당연히 길몽이다. 여자하키대표팀 서혜진(23·아산시청)은 입국 전 날 밤 중국과의 경기에 나섰다. 필드에 나간 서혜진은 깜짝 놀랐다. 초록색 하키잔디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서혜진은 “마치 레드카펫 같았다”면서 “시상식을 준비하라는 뜻인가 보다”며 웃었다.
서혜진처럼 은유형 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유형으로 아예 금메달을 따는 꿈을 대놓고 꾸기도 한다. 복싱대표팀 라이트급(60kg) 백종섭(28)은 “며칠 전, 시상대 위에 섰는데 다른 선수들은 다 내 아래에 있었다”고 했다. 웰터급(69kg) 김정주(27)는 “대진표를 뽑았는데 내가 자신 있는 선수들이 모두 초반 상대였다”고 했다.
‘꿈은 반대’형도 있다. 미들급(75kg) 조덕진은 “대진운이 없는 꿈을 꾸는 것을 보니 부담감이 심하기는 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꿈은 반대가 아니냐”고 했다. 밴텀급(54kg급) 한순철은 “꿈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열심히 뛰라는 의미인가보다”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박태환(19·단국대)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박태환은 “너무 피곤해서 꿈을 꿀 겨를이 없다”고 했다. 펜싱대표팀 정진선(24·화성시청)도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 올 정도”라고 했다. 무슨 꿈을 꾸던 해몽은 하나, 무조건 메달예감이다. 체육과학연구원 김용승 박사는 “이미 기술적인 부분은 완성된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직전에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