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일) 오전7시(현지시각), 박태환은 잠에서 깬다. 아침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다.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은 글리코겐. 박태환은 1주일 전부터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짰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7일 저녁식사부터 본격적인 탄수화물로딩에 들어갔다”고 했다.
자유형400m결선은 오전10시20분. 박태환은 오전9시경 커피 한잔을 마신다. 송 박사는 “카페인이 젖산역치수준을 높인다”고 했다. 급격하게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 늦어진다는 의미. 몸의 적정긴장상태를 유지시키는 효과도 있다.
레인으로 나오기 직전, 박태환은 대기실에서 제자리 뛰기를 한다. 최고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맥박수(120-130)를 맞추기 위함이다. 맥박수가 150에 도달하면 관중들의 함성 속으로 향한다. 레인 앞에서 숨을 길게 내뱉으면 적정 맥박 수까지 떨어진다.
귀에는 여느 때처럼 이어폰이 꽂혀 있다. 경기 전, 일상화된 행동을 통해 긴장을 없애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루틴’이라고 부른다. 최근 박태환의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다. 송 박사는 “세계기록에 대한 과장된 보도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졌다”면서 “선수촌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박)태환이도 기사들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수영대표팀은 출국직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400m 기록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시뮬레이터는200m씩 구간을 나눠 기록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400m 기록을 환산하는 프로그램. 실력이 월등한 박태환을 위해 초반에는 단거리 선수와, 막판에는 중·장거리 선수와 경쟁을 시켰다. 마이클 펠프스(23·미국)는 “헤엄을 칠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태환도 무아(無我)의 경지가 필요하다.
결선레이스를 마친 박태환은 황금 빛 오렌지주스를 마신다. 8시간 뒤, 자유형200m예선에 나서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한다.
한국수영의 역대올림픽 최고성적은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개인혼영400m에서 남유선(23·강원도청)이 기록한 7위.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6)은 1970·1974 아시안게임 자유형400·1500m에서 2회 연속 2관왕에 올랐지만 1972뮌헨올림픽에서는 한 종목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송 박사는 “(세계기록과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메달획득만으로도 한국수영에 길이 남을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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