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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속 金 신화’ 이룬 삼총사

입력 | 2008-08-11 03:00:00


박성현 - 아테네 이어 2연속 ‘양궁 2관왕’ 노려

윤옥희 - 올 2, 3차 월드컵 개인 1위 다크호스

주현정 - 실업 생활 8년 만에 늦깎이 태극마크

평균 연령 24.6세.

베이징 올림픽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은 역대 최고령이다. 김수녕 윤미진처럼 ‘소녀 신궁’으로 불리는 10대 고교생 궁사가 한 명도 없어 특이하기까지 하다.

천재성보다는 묵묵히 준비하고 기다린 끝에 ‘하늘의 별따기’로 비유되는 양궁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정상을 밟았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박성현(25·전북도청) 윤옥희(23·예천군청) 주현정(26·현대모비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들은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전에서 찰떡 호흡을 맞춘 끝에 영광을 안았다.

박성현은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간판스타. ‘금메달을 못 따야 얘기가 된다’는 한국 양궁의 에이스인 그는 주위의 높은 기대에 따른 부담감을 철저한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하며 최고참은 아니지만 대표팀의 실질적인 주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번지점프 극기 훈련에서 남자 선수보다 먼저 뛰기도 한 그는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긴장을 즐긴다”는 그는 중국과의 결승에서 엔드 사이의 휴식 시간에 올림픽에 첫 출전한 동료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막내 윤옥희는 4월 2차 월드컵과 5월 3차 월드컵에서 잇달아 개인 1위를 차지한 새로운 기대주. 평소 고단한 훈련 속에서도 그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대표 선발전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올림픽을 향한 준비가 뭐가 두렵겠느냐”며 활발한 성격으로 활력소 역할을 했다. 판에 박힌 합숙 생활에 고단했던 윤옥희의 유일한 즐거움은 낙지볶음, 홍초불닭 같은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흠뻑 빼는 것이었다.

실업 생활 8년 만에 처음 늦깎이로 대표팀에 들어간 주현정은 올림픽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올해 국가대표에 데뷔했기에 국제대회 경험이 없어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그는 세 명이 번갈아 쏘는 단체전에서 1번 주자로 나서 다른 선수보다 한 박자 빠르게 활시위를 놓는 특기를 앞세워 후배들을 이끌어 늘 꿈꾸던 ‘올림픽 신데렐라’가 됐다.

시상식을 마친 뒤 “서로 믿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환하게 웃은 이들은 이제 개인전에서 한국 여자양궁의 7회 연속 금메달을 향해 우정어린 맞대결을 기약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