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역영박태환이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박태환은 150m 지점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해 선두로 치고 나가 맨 먼저 터치패드를 두드렸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레이스 어떻게 펼쳤나
출발 반응속도 0.69초로 8명중 가장 빨라
물 움켜쥐는 ‘전사분면 영법’ 꾸준한 훈련
150m지점서 해킷 제친후 줄곧 선두 지켜
박태환의 영법은 치밀하게 계산된 과학 프로그램의 산물이다.
그의 영법은 ‘전사분면 영법’으로 불린다. 보통 선수들이 손으로 물을 누르며 몸을 띄우는 데 비해 박태환은 물을 움켜쥐며 앞으로 나아간다. 박태환의 ‘물 잡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힘과 기술을 모두 필요로 한다.
박태환은 힘을 기르기 위해 2006년 1월부터 4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으로부터 근육 강화 훈련을 받았다. 하루 1시간 이상씩 근력 키우기에 집중했다. 팔 힘을 기르기 위해 작은 역기를 자주 들었다.
이와 함께 박태환은 휘젓는 팔의 횟수(스트로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3관왕이 된 뒤에 노민상 감독이 주력한 것은 바로 이 스트로크를 줄이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한 번 팔을 휘저어 나아가는 거리를 늘리는 것이었다. 박태환은 이전까지 400m 경기를 할 때 50∼100m 구간에서 34번 이상 스트로크를 했지만 32번으로까지 줄였다. 초반에 스트로크를 줄이면 막판 스퍼트에서 더 많이 힘차게 팔을 저을 수 있다.
킥의 횟수도 조절했다. 보통 양팔을 한 번씩 스트로크할 때 2∼6번 발을 찬다. 수영 관계자들은 2비트, 6비트라는 표현을 쓴다.
10일 박태환의 이 같은 영법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막판 역전 스퍼트를 펼치던 평소와는 달리 초반부터 선두를 바싹 따라붙으며 중반에 승부를 낸 전략 수정이 돋보였다. 3번 레인 박태환의 출발 반응 속도는 0.69초. 8명의 선수 중 가장 빨랐다. 은메달을 딴 장린(중국)은 0.74초로 2위, 호주의 그랜트 해킷은 0.76초로 공동 4위.
첫 50m에서는 해킷이 25초82를 기록하며 선두로 들어왔다. 오버페이스의 시작이었다. 박태환은 26초24(4위)로 힘 조절을 했다. 이후 박태환과 해킷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꾸준히 해킷을 따라가던 박태환은 150m 지점을 해킷보다 0.03초 빠른 1분22초45로 찍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200m까지는 페이스를 유지했다. 200m에서 턴을 할 때 박태환은 1분51초03으로 해킷을 0.04초 앞섰다. 박태환의 스퍼트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300m 지점에서는 2분47초10으로 해킷(2분48초00)을 0.9초나 앞지른 것. 노 감독은 “이전까지는 보통 막판 스퍼트를 할 때 6비트(6번 킥을 하는 것)를 주문했는데 오늘은 초반부터 6비트를 쓰게 했다”라며 “1500m 같은 장거리에서는 스트로크와 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지만 400m는 덜한 편이다. 분명한 것은 박태환의 스트로크 횟수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날 첫 50m 구간에서 28회 팔을 저었고 이후 구간마다 32∼34회를 유지했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장린과 미국의 라슨 젠슨이 힘을 냈지만 8명 중 가장 젊은 박태환은 스트로크 횟수를 38회로 늘리며 추격자들을 제쳤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