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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안되는’ 두 통신 공룡

입력 | 2008-08-11 03:10:00


KT,KTF와 합병 산 넘어 산

SKT, 해외 사업 잇따라 쓴 맛

KT, 할인율 인상-돌아온 하나로텔 공세 부담

SKT는 독점해온 기존 주파수 분배 큰 고민

통신업계의 ‘공룡’ KT와 SK텔레콤이 규제와 견제의 암초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회사는 유선통신과 무선통신 부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멍에를 쓴 채 후발주자들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데다 수천억 원이 들어간 신(新)성장사업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유무선 결합이 본격화하면서 서로의 가장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떠오른 두 회사가 위기 탈출의 해법을 어디서 찾을지 주목된다.

○ 동내북 전락 우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지난달 1일부터 40일간 영업을 할 수 없었던 하나로텔레콤은 11일 SK텔레콤과의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영업을 재개한다.

2위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이 4월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을 했음에도 KT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가입자 기준)은 지난해 말 44.3%에서 올 6월 말 44.4%로 별 차이가 없다.

하나로텔레콤이 2200만 명이 넘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KT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KT를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재지정하면서 할인율 인상 등의 ‘역공’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달 중 방통위가 발표할 KT와 LG파워콤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사 결과와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 간 번호이동 제도 시행 여부도 KT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문제다.

SK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분배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방통위가 올해 말 주파수 재배치안이 나올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면서 일단 ‘시간 끌기’에는 성공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파수 로밍 의무화’ 결정은 마음에 걸린다.

LG텔레콤 정일재 사장이 최근 ‘주파수 전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등 후발 주자들은 점차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 신사업은 ‘돈 먹는 하마’

2005년 첫 선을 보인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는 정체기에 접어든 통신업계의 신성장 사업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KT가 지난해까지 이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무려 6700억 원. 올해도 1200억 원을 쓸 예정이지만 KT 와이브로 가입자는 현재 서울과 경기의 20만 명 정도다.

SK텔레콤도 와이브로 사업에 지난해까지 4000억 원 이상을 썼고 올해는 26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KTF의 ‘SHOW’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 ‘T’의 대체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어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자 유치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지 않는다”며 “SK텔레콤이 와이브로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바람에 김빠진 시장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 KT는 KTF 합병 문제를 어느덧 공론화하고 있다.

이달 초 KT의 정보기술(IT) 전문 부서가 ‘KT데이터시스템’으로 독립했고 극도로 말을 아끼던 KTF마저 최근 합병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인정할 정도다.

SK텔레콤은 일단 그룹 계열사인 하나로텔레콤 등과의 철저한 공동마케팅을 통해 최근 부진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의 ‘힐리오’ 프로젝트 실패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 잇달아 쓴맛을 보고 있는 해외 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