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줄 모르는 막판역주의 비밀
2월 말, 대표팀에 합류한 박태환은 2006도하아시안게임과 2007세계선수권 때와는 달랐다. 젖산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젖산역치)가 더 빨라졌다. 피로감을 빨리 느낀다는 의미. 초반스피드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키운 근육이 최대장점인 지구력에는 오히려 해가 됐다. 영법의 감각 역시 무뎌져 있었다.
노민상 감독과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금메달을 위한 24주 프로젝트를 짜냈다. 2월말 괌 전지훈련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지구력을 가다듬는 일. EN1, EN2, EN3 지구력 향상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훈련의 강도가 커진다. 초기에는 기초지구력훈련(EN1, EN2)에 중점을 뒀다. 송 박사는 “수영선수의 지구력은 보통 만14세 이전에 완성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훈련강도(70%)를 부여하는 대신 훈련시간은 늘려 박태환의 몸속에 잠자고 있는 지구력을 깨웠다. 결과는 한 달 만에 나타났다. 3월22일 한라배수영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48초10로 들어왔다. 세계선수권대회보다 1초37이나 뒤졌지만 노 감독은 “몸이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상태가 좋아지면서 특수지구력(EN3)훈련의 비중도 높였다. 최고스피드의 85-90%정도를 유지하면서 젖산역치에 이르도록 헤엄을 쳐야 한다. 노 감독조차 “녹초가 된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고 할 정도로 강훈련이었다.
효과는 기록으로 나왔다.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자 박태환도 자신감을 가졌다. 10일, 금빛 레이스에서 박태환이 초반 에너지를 쏟고도 막판까지 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되찾은 지구력덕분.
노 감독은 17주차(6월중순)부터 본격적인 스피드훈련에 돌입했다. 훈련강도는 높이고, 휴식시간은 늘렸다. 10일 보여줬던 50-100m 구간의 스피드는 바로 이때 훈련의 성과다.
마지막3주는 조정기였다. 평소 “쉬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라는 노 감독의 지론대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실전에서 폭발시킬 힘을 비축했다. 그리고 마침내 24주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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